▣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잘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보통 남성’ 박근우(39)씨가 심장이 두근댄다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서울 염광중 과학교사다. 1학년 3반 담임이기도 하다. 5월16일. 박씨는 뮤지컬 배우가 된다.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서 16~25일 열흘간 공연하는 청소년 성장 뮤지컬 에서 괴짜스러운 과학교사 역할을 맡았다. 연출부는 “도올 김용옥 선생처럼 개성 있는 캐릭터”라고 귀띔했다.
박근우씨의 교단이 ‘무대’가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서울과학축전 기간에 시청 앞 광장에서 같은 뮤지컬 에서 느린 박자의 음악에 맞춰 지루하게 수업하는 영어교사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 극단에서 다시 한 번 출연 제의를 받자 박씨는 시청 앞 광장에서 연기했던 1년 전이 떠올랐다.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는 건 굉장히 새로운 도전입니다. 아이들에게 늘 ‘도전하라’고 가르치는데, 제가 도전을 마다하면 안 되죠.”
뮤지컬 배우가 된 선생님을 아이들도 다른 눈빛으로 바라봤다. “가까운 데 있으면 그게 부모든 형제든 교사든 소중한 사람인 줄 모르잖아요. 제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니, 아이들이 선생님이 귀중하구나, 특별하구나 생각하면서 더 가깝게 대하고 따르더라고요. ”
은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기라)이라는 명구를 일러주던 키팅 선생이 나오는 영화 를 한국식으로 각색한 뮤지컬이다. ‘밴드활동’을 통해 학교 규율에서 벗어나 자유를 배우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현직 교장선생님 2명, 교육장 1명, 교사 2명 등 모두 5명의 현직 교직원들이 출연한다.
박씨가 출연하는 건 공연 기간 열흘 중 금·토·일 사흘씩 엿새다. 공연 시간 3분, 대사 6줄.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교사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 있잖아요. 좁은 곳에 갇혀 있고, 그 때문에 뭘 모르고 순진한데다 변화와 경쟁을 싫어한다는 등.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교사들이 외연을 넓히고 활동을 많이 하면 그런 고정관념도 바뀌지 않을까요?”
일주일에 세 번은 지난해 대본을 갖고 연습한다는 박씨는 “교사들은 사실 수업시간에 늘 연기를 한다”며 “일상적인 연기 연습으로 다음번엔 꼭 주연을 하겠다”고 눈빛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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