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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춘] 크로마틱 하모니카처럼 살기

등록 2008-03-07 00:00 수정 2020-05-03 04:25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크로마틱 하모니카는 매력적인 악기다. 평범한 하모니카처럼 생겼지만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다. 작은 몸집으로 클래식은 물론 블루스와 리듬앤드블루스, 재즈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악기이기도 하다. 최근 유명세를 얻고 있는 전제덕씨가 대표적인 크로마틱 하모니카 연주자다. 가수 겸 작곡가 하림도 크로마틱 하모니카를 훌륭하게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국내에 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봉춘(45)씨가 바로 크로마틱 하모니카를 다루는 몇 안 되는 연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타이틀을 붙이자면 언더그라운드 크로마틱 하모니카 연주자쯤 될까.

이씨가 이 매력적인 악기를 만나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그전까지는 블루스 하모니카로도 불리는 다이어토닉을 연주했다. “크로마틱을 알게 된 것은 오래됐지만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색소폰이나 기타 등 다른 어떤 악기보다 익히기 까다롭거든요. 대신 일단 손에 익으면 그만큼 큰 만족을 주는 것이 또 크로마틱 하모니카입니다.”

이씨가 크로마틱 하모니카를 주로 연주하는 곳은 홍익대 라이브카페 ‘기타여행’이다. 이따금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즉석에서 공연을 연다. 장소는 카페가 되기도 하고 강원도 산간마을의 산장이 되기도 한다.

“음악이라는 게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일단 즐거워야 하잖아요. 뭐, 일단은 우리가 즐기기 위해 같이 연주하는 편인데, 이따금 연주를 부탁하는 곳이 있습니다. 꽉 짜여진 공연이라고 부르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같이 즐길 준비가 된 곳에서는 연주회를 열고 있습니다.”

사실 이씨의 본업은 따로 있다. 섬유업체 ‘팬패브릭 대표’가 그의 또 다른 직함이다. 주로 갭이나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등 해외 브랜드 의류업체로 원단을 수출하는 회사다. 이씨는 “사업을 하다 보니 음악에 대한 애정이 오히려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언더’에서 활동하는 이씨의 바람은 올해 안에 크로마틱 하모니카 음반을 내는 것이다.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도 있다. 음반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 크로마틱 하모니카의 매력을 좀더 많은 사람이 공유했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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