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사회연대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첫째 조건은 ‘가난’입니다. 찾아오는 분들마다 책 한 권의 사연이 있죠. 그들이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종수(54)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가 말했다. 사회연대은행이 문을 열고 담보 없이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 지 5년. 그간 120억원, 560개 업체, 1200여 명의 소액대출자가 사회연대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그중 스무 명의 이야기가 (갤리온 펴냄)라는 책으로 묶였다.

괌에서 건설일을 하다 말라리아에 걸려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은 40대 남성, 운영하던 세탁소를 ‘사기 계약’으로 정리해야 했던 장애인 부부, 외환위기 이후 집이 경매로 넘어가 갑자기 비닐하우스촌으로 들어가게 된 다섯 가족 등 사람들의 사연은 말 그대로 ‘책 한 권’씩이다. 재기에 성공하는 내용까지 더해지면 책 한 권이 꽉 찬다.
그가 ‘마이크로크레디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외국계 은행에 취업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은행을 세우는 일을 하면서부터다. 현장에서 보니 힘없고 가난한 금융 소외자들에게 돈을 빌려줘 사업을 돕는 일은 꼭 필요한 제도였다. 하지만 장애물도 많았다. 캄보디아에서는 코코넛으로 캄보디아 농민에게 수익 창출을 해주는 사업을 진행하려다 내전으로 시도조차 못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을 펼치면서 어느 정도 성과도 올렸고 아쉬움도 남겼다. 의 출간은 그래서 ‘재도약’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종수 이사는 “이제 소액담보대출, 즉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도 현재의 운동을 넘어서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사회연대은행의 1년 예산은 매년 12억원 선이었습니다. 재원은 기업이나 개인 기부,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의 위탁자금이 전부입니다.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출해줄 수 있는 길이 막힌 거죠. 이제 5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사회연대은행도 재도약해야 합니다. ‘특별법’에 의거해 개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재원 확보의 길이 열리겠죠.”
판매 수익의 10%는 사회연대은행의 운영 자금이 된다. 이용자가 1만 명이 돼도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는 이종수 이사. 세상을 희망찬 곳으로 만들어가는 ‘무지개 가게’들이 이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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