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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 광석이형에게 건네는 사진전

등록 2008-01-18 00:00 수정 2020-05-03 04:25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행복하세요~.” 심야방송을 하든, 콘서트를 하든 가수 김광석은 마무리 인사를 늘 이렇게 했다. 정작 스스로 세상을 등진 그가 늘상 그랬던 게,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사진작가 임종진(41)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1991년 우연찮게 콘서트에 갔다가 처음 광석이형을 봤다. 폐부를 찌른다고 할까? 노랫말도 그렇고 그 목소리가 가슴을 휘저어놓더라. 그때부터 콘서트에 갈 때마다 형 사진을 찍었다.” 그 무렵 디자인을 전공하던 임씨는 ‘포장’보다 ‘있는 그대로’에 마음이 갔단다. 그래서 무작정 카메라를 든 게 벌써 옹근 16년째다. 그사이 그는 월간 과 , 사진부를 두루 거치며 사진기자로 세월을 보냈다.

“처음 광석이형을 대면한 게 1993년께 서울 홍익대 부근의 ‘발전소’란 카페였다. 맥주 한 잔 하면서 기분나면 자그마한 무대에 올라 춤도 출 수 있는 집인데, 형이 한 귀퉁이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더라. 마침 주머니에 은박지에 싸인 ㅋ초콜릿이 있었다. 탁자에 초콜릿 올려놓고 무작정 ‘팬’이라며 꾸벅 인사를 했더니, 형이 ‘반갑다’고 웃으며 맥주를 사줬다.”

‘꿈’처럼 시작된 인연이었다. 그때부터 임씨는 콘서트 무대 뒤편 대기실을 무시로 드나들었다. 김광석은 콘서트 장면을 찍은 사진을 전해줄 때마다, 허옇게 앞니를 드러낸 채 흐드러진 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해가 세 번째 바뀔 무렵인 1996년 1월6일 김광석은 홀연 먼 길을 떠났다. 향년 32.

“형 죽고 나서 필름을 아예 감춰놨었다. 형이랑 보냈던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에 묻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술에 취할 때면 버릇처럼 떠난 이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세월이 지나면서 입에서 맴도는 노래도 조금씩 달라졌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거리에서),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서른 즈음에),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내 사람이여).

김광석의 12주기를 맞아 임씨는 1월5일~2월9일 대학로 복합문화공간 이음아트서점에서 작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가인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전시회 준비를 위해 곰팡이 난 흑백필름을 살려내면서 임씨는 “좋아하는 대상을 필름에 담아내는 게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다”고 했다. 1월 말엔 전시회와 같은 제목으로 사진을 곁들인 회고록도 낼 참이다. 형보다 늙어버린 동생의 얼굴에 떠나간 가인의 ‘하회탈 웃음’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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