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북·장구·징·꽹과리 소리가 섞이면 멜로디가 들려요.”
장현진(38·사진 맨 왼쪽)씨의 말이다. 리듬악기도 아닌데 어떻게 멜로디가 들릴까. 그는 이를 ‘배음’이라고 말했다. “이 악기들이 오묘하게 섞이며 선율이 만들어져요. 서로 다른 나물들이 섞여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요.” 장씨는 20년 넘게 북을 치면서 이를 딱 세 번 느껴봤다고 한다.

그는 1985년 충남 금산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북채를 잡았다. 동갑내기 친구인 박안지(꽹과리), 김한복(징), 신찬선(장구)과 함께 어우러져 처음 두드린 가락이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북 잡으면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었다.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갔다. 사흘 뒤 들어가자 외할아버지는 장롱 깊은 곳에 간직해오던 당신의 북채를 쥐어주셨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였다.
그 뒤로 장씨와 친구들은 모이면 각자의 악기를 잡았다. 장씨는 팔 힘을 기르기 위해 통나무를 들고 다녔다. 논두렁에서 ‘놀다’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미쳤다’. 미치자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1987년 대전 한밭제 농악대회에 출전한 것이 이들의 운명을 결정했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김덕수씨의 눈에 띄어 그의 사물놀이패에 합류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덕수는 자신의 놀이패와 하나가 된 그들에게 ‘사물광대’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사물광대는 김덕수씨와 20년을 함께했다. 10대에 시작된 인연이 20대를 거쳐 30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나이 마흔을 앞두자 자신들만의 또 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솟구쳤다. 최근 김덕수라는 ‘큰 산’을 내려온 이유다.
2008년은 사물광대에게 특별한 해다. 창단 20주년이자, 학교이자 놀이터였던 ‘김덕수 사물놀이패’ 탄생 3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특별한 시간을 앞두고 새로운 출발을 꾀하고 있다. 2008년 1월14~19일에 우리나라 최초로 사물놀이 캠프를 기획하고 있다. 이어 각 지역 순회 공연도 할 참이다. “선생님께서 비포장길에 사물놀이라는 도로를 닦으셨다면, 우리는 그곳에 쉼터를 만들고 싶다.” 사물광대의 새해 비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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