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어서 오세요.”
택시에 오른다. 해성운수 소속 택시운전사 오문환(51)씨가 환한 웃음을 한 가득 머금고 손님들을 맞는다. “최민수보다 멋지시네요.” 인사 뒤에 돌발적으로 따라붙은 오씨의 넉살에 승객들은 깜짝 놀란다. 하지만 그의 입담에 귀기울이다 보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2010년까지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시고, 최고급 승용차를 가질 정도로 부자 되시고, 세상의 모든 행복이 손님에게 머물도록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손수 만든 명함을 건넨다. 폐지를 재활용해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뒷면에는 “빌 게이츠도 갖지 못한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지금부터 영원히 당신에게 머물도록 기도드립니다” 등의 글귀를 적어넣었다.
오씨가 처음부터 택시기사로 나섰던 것은 아니다. 그는 기업은행 하안동 지점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된서리를 비켜날 수 없었다. 실직 뒤 그는 과일 행상을 비롯해 돈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뛰어들었지만 경제 한파 속에서 고전을 거듭한다. 그때 아내가 권한 일이 택시 운전이었다.
오씨는 “운전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1999년 11월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옆자리에 앉은 승객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그는 자신만이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게 됐다. 새 천년을 맞아 모두가 하나씩 소원을 빌 때, 그는 자기처럼 힘들어하는 승객들에게 빌어줄 소원을 생각했다. 승객들의 사연을 듣고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위로받고 구원받은 것은 오씨 자신이었다. 오씨는 택시에 오른 승객을 위해 세 가지를 빌어준다. 행운, 부 그리고 행복이다.
행복을 전한 것은 오씨만이 아니다. 승객들 역시 그의 작은 수첩에 행복을 빌어줬다. 그는 승객의 사인과 메시지가 담긴 수첩을 300여 권이나 가지고 있다. 보물 제1호다. 그 한 페이지를 열어봤다. “이효리가 장동건을 택시 안에서 만난 날. 아저씨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길 바랄게요.” 이효리는 그의 택시에 오른 여성 고객이고, 장동건은 오씨(!)다. 오씨의 ‘행복 택시’의 행복한 질주는 싸늘하게 식은 삭막한 서울 거리에서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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