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역시나 차별금지법 논란은 일종의 대리전 양상이다. “동성애는 사회악”이며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면 동성애가 확산된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름을 빌린다. 하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또 하나는 청소년의 이름으로. 그들이 가장 강조하는 문구는, “학교에서 동성애를 나쁘다고 가르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11월8일 서울 대학로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나타났다. 누군가 “우리는 누구?”라고 외치자 그들은 “우리는 대한민국의 10대 성소수자다. 더 이상 차별받기 싫다!”고 소리친다. 이어서 행동 개시, 그들은 차별받은 사연과 요구하는 주장을 담은 색지를 대학로 곳곳에 붙였다. 이상은 10대 성소수자들의 행동 ‘작전, 그/그녀를 찾아라’.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여전히 얼굴 없는 가면, 그들이 얼굴을 되찾기 위해선 차별금지법이 첫 번째 단추다.
그들 가운데 레즈비언 맏언니 김주혜씨가 있었다. 친구들에겐 ‘수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진행하는 ‘물보라’ 프로젝트의 책임자다. 물보라 프로젝트는 찾아가는 서비스. 10대 여성이반(레즈비언)들이 어떤 문제로 가출을 하는지,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무엇이 필요한지 연구한다. 올해 6월부터 10대들을 만나왔다. 집 밖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몰리는 성소수자 청소년이 적지 않지만, 피난처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그곳에서도 탈출하는 경우가 적잖다. 그래서 서구에는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피난처가 따로 존재한다. 그는 “지금도 성정체성으로 자살하고 정신병원에 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며 “차별금지법은 그들에게 성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차별금지법이 미래세대를 차별하는 법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진 마지막 한마디, “차별금지법은 지금 겉으로는 성소수자의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지금 우리를 방어하지 않으면 언젠가 당신의 인권도 뺏기는 순간이 온다. 20 대 80, 아니 10 대 90으로 인권도 양극화되는 사회가 말이다”. 차별금지법에서 삭제된 7개 항목에는 학력, 병력, 가족형태, 출신국가 등이 포함됐다. 고졸자, B형간염 보균자, 비혼자, 이주노동자 모두가 지워진 차별금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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