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1998년산. 그 후 100% 프렌치 오크인 책상 속에 9년간 저장되었다.” 의 ‘문제적 영화감독’ 신재인(37)의 묵은 소설이 책으로 나왔다. (궁리 펴냄). 소설은 ‘천재’ ‘괴짜’라는 명성을 얻은 단편영화를 예고하고 있다. 뭐든지 먹는 비위 좋은 소년을 다룬 ‘남이 먹을 때1’과 입에서 진실을 뿜어내는 사람이 나오는 ‘그의 진실1’이 영화화됐다. 소설은 이런 엽기적인 짧은 소설 66편이 모여 있다.
는 1998년 뜨거운 여름 잉태됐다.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첫 번째 줄이 나오고 다음 줄이 어떻게 될지 모른 채 쉼없이 자판을 두드렸다. 한 달을 쓰고 나니까 소설이었다. 스토리라인이 있었다. 출판사에 보냈다. “소설 안 읽으셨죠?” 하는 말이 돌아왔다. 뜨끔했다. 일리가 있었다. 화학과로 입학했다가 ‘전공’을 찾아 다시 철학과로 들어가 졸업할 때까지 그녀가 주로 읽은 것은 철학책이었다. 2000년 다시 꺼내 보았다. 영화주간지를 보니 계시처럼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기금 공고가 나와 있었다. “여기서 출판해주는구나” 싶어서 지원했다. 기금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출판은 작가가 알아서 해야 했다. 사실 이전 기금을 받은 소설은 모두 기출간작이었다. 올 초 출판사 한 군데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출판사 사장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출판사는 소설을 거의 내지 않는 곳이다. 다음날 연락이 왔다. “출판합시다.”
3년째 영화가 잠잠한 지금 그녀는 도서관에 ‘출근’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될 것 같다.” 지금 그녀의 컴퓨터 속에서는 ‘왕따’와 ‘강간’에 대한 ‘논픽션’이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원천적으로 ‘픽션’에 몸이 기울어 있다. 지난 9년간 골몰한 것도 스토리 감각이었다. 영화에 써먹기 위해서다. ‘이야기’는 그녀에게 종교다. “너의 이야기가 진실이어도 거짓이어도 상관이 없다. 다만 모순이 없도록만 하여라. 그럼 내 네게 영생(永生)을 약속하마.” 신 감독은 “일제시대에 쓰인 소설”처럼 오래된 것 같다는데 9년이 묵어 세상을 만난 건 지금이 개봉할 시기여서겠다. 그만큼 파격적이다. 장인은 좋은 포도를 골라 오래 숙성시킬 오크통에 넣는다. 1998년산, 원료가 안 좋으면 포도주로 견디지 못했을 빈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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