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우리나라 장난감 수집가’인 현태준(41)씨가 두 달 전 문을 연 경기 파주 헤이리의 장난감 박물관 이름은 ‘20세기 소년소녀관’(www.ilikedalki.com) 이다.

이름에서 짐작되듯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전국의 문방구를 주름잡았던 딱지, 종이인형, 로봇, 우주선, 자동차, 마론 인형, 프라모델 같은 완구품과 문구용품, 소년잡지들이 빼곡하다. 5천 점가량 된다. 만화가 겸 수필가,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일하지만 현씨의 ‘본업’은 수집가다. 어린 시절 동네(서울 군자동) 우표상 아저씨의 “나중에 엄청난 재산이 된다”는 꼬임에 빠진 이래, 중학교 때 실연의 상처를 안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친구들과 우표 따먹기를 하면서 ‘평생’ 모았던 우표를 왕창 잃은 때를 제외하고는 레코드판, 헌책, 생활 잡동사니와 고물에 이르기까지 늘 무언가를 모으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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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에 장난감이 등장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직후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하다 골동품 가게에 들르면서다. 그곳에선 ‘메이드 인 코리아’ 장난감이 귀하게 대접받고 있었다. 사실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있는 집’ 애들만 손에 쥘 수 있었던 양철 장난감은 지금의 플라스틱 장난감에 견줘 견고하고 마무리도 훌륭하다. 포장 상자 그림도 정성스럽다. 현씨는 귀국하자마자 ‘특기’대로 산지사방의 문방구를 뒤졌다. 먼지를 뽀얗게 쓴 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아톰’이나 ‘독일제 수륙양용 차’ 같은 것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모으다 보니 ‘역사’였다. 70년대에는 탱크, 비행기, 총 같은 전쟁 관련 완구들이 대세였고, 80년대에는 우주선, 로봇 등 공상과학 소품과 미인대회풍 인형들, 부루마블 같은 돈 따먹기 게임판이 많았다. 90년대는 게임기와 오락기가 평정했다.
“관람 중 쉴 수 있는 의자들이 많고, 아직 소문이 덜 나 한산하고, 으슥한 공간이 많아 데이트하기 좋다”는 게 현 대표의 박물관 ‘홍보 멘트’이다. 판매는 하지 않고 입장료만 받는다(2천원). 향수와 호기심에 기대어 조악하게 만든 ‘무슨무슨 추억의 시리즈’ 상품들과는 선을 긋고 싶어서다. 현씨는 “20세기 장난감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정성껏 재밌는 장난감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는데, 내년 초에 뚜껑이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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