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진 기자csj@hani.co.kr
9월28~29일 서울 이화여대 소극장에서는 새터민 청소년들의 창작뮤지컬 공연이 열렸다. ’우리가 꿈꾸는 평화, 우리가 소망하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진 이날의 공연은 탈북청소년 교육공동체인 셋넷학교(www.34school.net)가 기획하고 새터민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직접 담았다.
함경북도 아오지에서 태어난 최금희(24)씨도 28일 공연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최씨는 고등중학교 2학년 때인 1997년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최씨 가족은 그때부터 중국과 버마, 방콕을 거쳐 북한을 떠난 지 4년 만인 2001년 한국에 닿았다. 여느 탈북 청소년들이 그렇듯 최씨 역시 이 과정에서 배고픔과 헤어진 친구에 대한 그리움, 타향살이의 설움을 진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공연의 주제가 북한에서의 잊을 수 없는 추억과 탈북 과정에서 생긴 갈등, 남한에서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등이었던 만큼 공연의 줄거리는 그대로 최씨의 개인적 경험이기도 했다. 공연은 FM 라디오 방송에서 애청자의 사연 엽서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새터민 청소년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냈다.
공연 기획을 담당한 셋넷학교 이미숙 선생님은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새터민 청소년들이 겪는 심신의 장애와 소외는 상당한 수준”이라며 “어린 나이에 탈북하면서 입은 내면화된 상처라든지, 제3국을 거치면서 뼛속 깊이 느끼게 되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신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새터민이 많은데 이번 공연이 그들의 자아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최씨의 표정은 밝았다. “오늘 공연을 위해 5월부터 거의 매일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는데 재미도 있었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특히 뮤지컬 형식이다 보니 음악에 동작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도 계속 틀리고 있어서 큰일이에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에 진학한 최씨는 9월 초 자신의 고향과 탈북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 경험을 묶은 을 펴내기도 했다. 최씨는 “탈북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편견이 남아 있는 것을 느낀다”며 “힘들게 남쪽으로 건너온 아픔과 우리가 살아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뮤지컬이나 책 등의 형식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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