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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륜·노영해·우정아] ‘한 강의실 세 교수’의 도전

등록 2007-09-14 00:00 수정 2020-05-03 04:25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 강의실에서 3명의 교수가 한꺼번에 강의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한 강의실에서 3명의 교수가 함께 강의를 하는 독특한 수업을 진행해 눈길을 끈다. KAIST는 올해 가을학기부터 3학점짜리 교양 선택 과목인 ‘근대 유럽의 문화’와 ‘문화와 과학 사이에 선 한국 근대인물 오디세이’ ‘헐버트와 공리적 방법’ 등 3개 교양과목의 수업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근대 유럽의 문화’의 첫 수업이 열린 9월3일 오후 KAIST 창의학습관 102호 강의실. 이 수업에는 정치경제사를 전공한 김대륜(34) 교수, 음악사를 전공한 노영해(58) 교수, 미술사를 가르치는 우정아(33·사진) 교수 등 이 대학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3명이 함께 참여했다. “근대 유럽의 역사적 배경은 제가 설명하겠습니다.”(김 교수) “오페라를 통해 그 시기의 생활을 보여드리겠습니다.”(노 교수) “미술작품에 나타난 근대 유럽을 살펴봅시다.”(우 교수) 이들은 차례로 나와 이 수업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개했다. 이날 한 명의 교수가 강단에 서면 나머지 두 명의 교수는 강의를 들으며 질문을 하거나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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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학 인문사회학부는 학생들에게 ‘통섭(학문 간 경계 넘기)적 사고’를 길러주고 다각적인 시각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이런 강의를 마련했다고 한다. 예컨대 프랑스혁명에 대한 강의는 김 교수가 혁명의 원인과 배경, 혁명이 추구한 목표와 ‘공포 정치’로 변질된 과정 등을 설명한 뒤 토론을 하고, 이어 노 교수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을 들려주며 오페라 중의 대사와 음률에 실린 ‘혁명적 분위기’를 소개한다. 또 우 교수는 등을 그린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혁명의 진행 과정에서 화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런 ‘융합 과목’ 개설 아이디어는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들이 지난 1년간 유지해온 ‘수요일에 만나는 교수들의 수다모임’에서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다양한 시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싹텄다. 첫 시도인 만큼 교수들은 여름방학 동안 서로 강의 자료를 교환해 공부하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 쉼없이 토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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