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일본 도쿄. 지하철을 탄다. 앞 좌석에 귀여운 아이가 앉는다. 남동윤(26·상명대 만화과4)씨는 “그럴 때마다 그리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종이와 캐리커처용 사인펜을 꺼내면 준비 끝. 채 10분이 못 돼 아이의 눈동자가 또렷해지더니, 머잖아 캔버스 위에 생글생글 웃는 아이의 얼굴이 들어차 있다.
![](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90/443/imgdb/original/2007/0906/021013000120070906102_1.jpg)
남씨는 캐리커처 만화와 인연이 시작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어릴 때부터 친구들 얼굴을 그려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애들이 기뻐하니까 보람도 있었고.” 고등학교 축제 때 200원씩 돈을 받고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행사를 했는데, 그게 ‘대박’이 나고 말았다. 고민 끝에 대학도 전문적으로 만화를 공부할 수 있는 상명대 만화과를 택하게 됐다. 그의 일상은 캐리커처에서 시작돼 캐리커처에서 끝난다. 2002년에 선배들과 캐리커처 동아리를 만들어 이곳저곳으로 봉사활동을 다녔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에서 어르신들 얼굴을 그려주던 일을 잊지 못한다. 당연히, 군생활도 편했을 수밖에. “군대에는 서로 선물할 게 없잖아요.” 졸병일 땐 고참들 얼굴을 그려주고 PX에서 간식을 얻어먹었고, 고참이 된 뒤엔 ‘졸병’들을 앞에 앉혀두고 데생 연습을 했다. 제대하고 나서는 고향인 마산의 극장 한구석에서 만화를 그려주며 용돈을 벌었다. 그 때문에 헤어졌던 친구들과 다시 연락하게 됐고, 대학 졸업을 위한 등록금도 마련할 수 있었다.
신분은 학생이지만 그는 이미 엄연한 프로 만화가다. 지금은 폐간된 에 일주일에 한 번씩 인물 캐리커처를 연재했고, 올해부터는 표지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다. 같이 일반 극만화나 시사만화를 연재하는 매체도 여럿이다. 지난 8월 초, 야스쿠니신사를 풍자하는 만화를 전시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찾아 스승 고경일 상명대 만화과 교수와 함께 일본인들 캐리커처를 그렸다. 수익금은 모두 야스쿠니신사 강제합사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으로 기부한 지 오래다. “그냥 제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면, 저도 좋은 거죠.” 앞으로도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사는 게 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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