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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선] ‘입양’과 만나다

등록 2007-08-03 00:00 수정 2020-05-03 04:25

▣ 정재원 인턴기자arsenlupin007@cyworld.com

권미선(24·서강대4)씨에게 ‘입양’은 한국방송 에서나 볼 수 있는 낯설고도 먼 얘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어학연수를 하러 영국 런던에 간 권씨에게 입양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노르웨이로 입양된 친구 ‘사라’를 만나면서 입양인들의 친부모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섞인 절절한 아픔을 알게 됐다. 권씨는 귀국하면 입양인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했고, 돌아와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인카스)를 찾았다.

1999년 설립된 인카스는 입양인들의 뿌리를 찾아주는 단체이다. 2004년부터 해마다 여름캠프를 열어 입양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한옥마을을 찾게 하는 등 한국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7월20∼30일 인카스 여름캠프가 서울 이태원 해밀턴호텔에서 열렸다. 권씨는 이곳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했다. 캠프에 참가한 30명의 입양인은 8월 초·중순까지 한국에 머문다. 그중 권씨가 ‘담당’하는 이들은 모두 4명. 국적도 사연도 제각각이다.

이번 여름 권씨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통역을 도운 정미희(가명·29)씨가 어머니를 찾게 됐을 때이다. 7살 때 네덜란드에 입양된 정씨는, 부모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카스에서 소개한 ‘입양인 에이전시’로 갔다. 그곳에서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었다. 정씨는 조만간 친어머니를 만난다. 하지만 이명성(가명·28)씨의 사연은 안타깝다. 부모도 찾고 한국어도 배울 겸 지난 6월 한국에 온 이씨는 주민등록등본을 떼려고 마포구청을 찾았다. 그곳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를 프랑스로 입양 보낸 친아버지가 아예 아이의 사망신고를 했던 것이다.

입양인들은 부모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이렇듯 그 과정에서 다른 ‘상처’를 얻기도 한다. 그럴 때 권씨는 통역자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또래인 저와 얘기를 나누면서 입양인 친구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듯해 보람을 느낍니다.” 취업 준비로도 빠듯한 4학년 여름방학, 통역 자원봉사로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여유롭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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