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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맹수사육사] 미녀와 맹수

등록 2007-07-07 00:00 수정 2020-05-03 04:25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미녀와 야수? 과천 서울대공원 호랑이 사육사 추윤정(25)씨와 코끼리 사육사 김진아(26)씨, 유인원 사육사 우경미(27)씨는 ‘맹수들의 대모’ 혹은 ‘20대 맹렬여성 3인방’으로 불린다. 남성들도 다루기 힘들어하는 맹수 사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3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입사한 새내기 사육사다. 그는 서울대공원 호랑이 22마리를 비롯해 표범, 퓨마, 재규어, 흑표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동물들을 맡고 있다. 추씨의 하루 일과는 동물 건강상태 점검, 아침식사 배급, 동물원 청소로 시작된다. 오후에는 무더위에 지쳐 누워 있는 호랑이 물목욕이 기다리고 있다. 호랑이의 경우 워낙 예민한 동물이라 수개월 동안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로 얼굴 익히기를 하는 등 특별히 신경써서 관리해야 한다. 추씨는 “호랑이를 다루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호랑이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코끼리 사육사인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 서울대공원 사육사로 입사했다. 대학시절 서울대공원으로 실습을 나와 코끼리를 접한 것이 인연이 됐다. 코끼리는 360여 종 3400여 마리에 이르는 서울대공원 동물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기 때문에 사육하기도 힘들다. 특히 코끼리 한 마리당 하루 80∼90kg씩 배설물을 쏟아내는데 후텁지근한 여름날 5마리분을 치우려면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김씨는 “아침부터 배설물 청소를 하다 배설물로 뒤범벅이 되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한두 번 드는 것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내게 다가와 달래주는 코끼리를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아시아 코끼리 자이언트(55) 때문에 고민이다. 과거 창경원에서부터 생활해왔던 자이언트가 많은 나이 때문에 발에 염증이 생기고 관절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입사한 유인원 사육사 우씨는 2004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 캥거루를 주머니 달린 앞치마에서 키워내 ‘동물 젖먹이 유모 국내 1호’로 유명해진 여성이다. 우씨는 요즘 세계적 희귀종인 로랜드 고릴라 부부의 건강관리에 한창이다. 우씨는 “관람객이 동물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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