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벌써 30년 이상 지난 일인데…. 당시에는 쌀이 부족해 난리였죠. 결국 나중에 녹색혁명 완수로 쌀 자급이 이뤄지긴 했지만…. 내가 젊음을 불살랐던 쌀인데, 우루과이라운드니 자유무역협정(FTA)이니 들어오면서 쌀이 찬밥 대접받고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최붕환(72)씨는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한 유기농업기사 국가기술자격 시험에서 최고령 합격을 했다. 1961년 전북농촌진흥원에서 농업 기술지도 담당자로 농업 인생에 들어선 그는 지금 농업 관련 월간지를 발간하는 ‘농경과원예(주)’에서 농업경영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비료며 농약을 많이 뿌렸는데, 세월이 변해 친환경·유기농산물만이 우리 농민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유기농업기사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손수 1만여 평의 논농사를 지었던 농부이기도 하다.
최씨는 1960∼70년대 농촌진흥원에서 일하며 식량 자급을 위한 ‘녹색혁명’을 완수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와 유신벼가 전국 농가에 대대적으로 보급되던 그 시절, 전라북도에서 작물계장으로 있으면서 “피똥 싸며” 보급에 나섰다고 한다. 비록 통일벼는 밥맛이 안 좋긴 했지만 쌀이 귀한 시절이었다. 현재 농가에서 짓고 있는 다수확 품종에는 대부분 통일벼의 쌀 유전자가 들어 있다. “당시 통일벼 다수확 경진대회에서 내가 기술지도를 맡았던 농가가 전국 최우수 다수확왕에 뽑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유기농법으로 밥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쌀을 생산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요.” 먹고살기 힘들었던 젊은 시절에는 통일벼 보급에 앞장섰고, 이제 나이 들어서는 유기농법 보급을 통해 다시 한 번 쌀이 부활하는 시대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국내 유기농 쌀 농가는 전체 농가의 1% 미만이다. “우리 농가들이 비료, 농약에 익숙해져 있고, 소비자들도 유기농 쌀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 50년간 농민 2만∼3만 명한테 영농기술을 지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많은 농가들과 대화를 나눠 유기농을 확산시킬 생각입니다.” 유기농업기사는 전문 유기농업 인력을 육성, 배출하기 위해 2005년에 신설된 국가기술자격 시험이다. 올해는 총 2500여 명이 응시해 70명이 합격했다. 유기농업기사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민간 인증 및 기술지원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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