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타악기 연주자 이블린 글레니(42)는 소리를 귀로 듣지 못한다. 무대에서 피부를 통해 전해지는 소리의 진동을 느낀다. 그래서 맨발로 연주를 한다.
베토벤이 말년에 청각을 잃고도 작곡을 한 것은 ‘음감’을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레니도 마찬가지다. 8살 때 희미해지기 시작한 소리가 12살 때부터는 아예 들리지 않았지만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 덕에 연주자의 길을 갈 수 있었다.
그는 나무로 만들어져 음색이 부드럽고 풍부한 ‘마림바’라는 악기에 흠뻑 빠진 뒤 타악기 연주자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엔 ‘청각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꺼렸던 영국 왕립음악원은 그에게 최고의 재학생에게 수여하는 ‘퀸스 코멘데이션 프라이즈’를 줬다. 글레니는 버르토크의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으면서부터 섬세하고 풍부한 연주를 널리 알리게 됐다.
글레니의 타악기 사랑은 각별하다. 그의 작업공간은 이미 ‘타악기 박물관’이 됐다. 1천 개가 넘는, 세계 각 나라의 타악기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전통악기인 장구, 북도 포함된다.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에서는 우리나라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씨와 협연했다.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출발해 미국·일본·독일 등 세계 각지로 음악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2004년 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타악기 연주자들에게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 비해 불리한 장벽이 하나 있다. 타악기를 위한 연주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글레니는 기존 서양 고전음악을 편곡하거나 자신이 직접 작곡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 청각을 잃고도 전문 연주자의 길을 가는 그에게 그 정도의 장벽은 장벽도 아니었던 셈이다.
1999년 첫 내한 공연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 글레니가 오는 5월2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선다. 피아니스트 필립 스미스와 함께 미니멀리즘 음악의 기수인 스티브 라이히와 게이코 아베, 바흐의 작품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마림바, 비브라폰(철금의 일종), 중국식 징, 스네어드럼(군대용 작은 드럼)으로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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