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샤랍! 따라라따~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의 이 신나게 울려퍼진다. 은 고음조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 부르기에 적합한 경쾌한 리듬의 노래이다. 이별의 안타까움과 사랑의 설레는 마음을 수줍은 듯 대담하게 부르는, 떠나가는 남자에 대한 여성의 사랑 고백인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뚜비뚜바, 뚬바뚬바’ 하는 커피의 거품처럼 풍부하고 부드러운 베이스 남성의 목소리가 사랑스런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품는다. 베이스의 주인공은 아산병원 마취과 레지던트 4년차인 서형석(30)씨. 서씨는 베이스 같은 남자이다. 베이스는 남성의 가장 낮은 음역을 말한다.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다른 영역들의 노래가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받쳐주는 파트이다.

“하도 ‘뚬바뚬바’만 해서 ‘베이스 말고 노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베이스는 노래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베이스를 좋아하고 프라이드가 있죠.”
서씨는 요즘 단순히 화음 중심음을 담당하는 베이스의 기능에서 벗어나 리듬, 분위기를 주도하는 다양한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가요제 등 각종 가요제에서 상을 휩쓴 그는 성악가에게 레슨을 받을 뿐 아니라 하루에 4시간 이상 연습을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가수와 의사로서 ‘두 집 살림’을 하는 게 솔직히 굉장히 힘들어요.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오후 7시에 병원에서 퇴근하면 바로 연습실로 가요. 연습이 끝나면 11시예요.”
가수와 의사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이렇게 고되지만 서씨는 그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두 직업 모두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이든 의술이든 무엇인가를 준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말한다. 물론 그 자신도 음악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는다. 수술을 하다 환자가 죽게 될 때, 의사로서 마음이 아플 때, 그를 위로해주는 것은 음악이다.
“이라는 새 앨범이 1월29일에 나와요. 30대에 접어든 아카시아 멤버들이 지난 청춘을 반성하고 남은 청춘을 더 열심히 살자는 의미에서 만든 앨범이죠. 의사와 가수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 남은 청춘을 더 열심히 살 거예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산병원을 나서 연습실로 달려가는 그런 열정이라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도 만년 청춘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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