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전역 명령이 적법하다는 인사소청 심사 결과를 듣고서 한동안 멍했어요. 소청심사위원들이 진지하게 물어봐서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대한민국 여성 첫 헬기조종사’ 피우진(51) 중령의 날개는 끝내 꺾이고 말았다. 빨간 머플러를 두를 기회도, 항공호출명 ‘피닉스’에 답할 일도 없어진 피 중령은 이제 ‘예비역’ 중령이 됐다. 12월13일 국방부 중앙 군 인사소청심사위원회가 피 중령이 제기한 ‘퇴역 처분 취소’ 소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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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중령은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평소 군사훈련을 받으며 가슴이 불편하다고 느낀 그는 암에 걸리지 않은 다른 쪽 유방도 잘랐고, 이로 인해 심신장애등급 2급 판정을 받았다. 후유증도 없었기에 불편 없이 하늘을 날았지만, 군은 4년이 지나고서야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들며 양쪽 유방이 없다는 이유로 그에게 전역 통고를 내렸다. 피 중령은 지난해 체력검정보고서를 보여주며 복무능력이 있는데도 전역 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10월31일 632호).
27년 동안 가장 남성적인 조직에서 여성으로 버텨왔던 피 중령의 목소리는 울림이 컸다. ‘술자리의 꽃’쯤으로 취급하는 남성 중심의 군 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한 는 피 중령의 책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기홍 의원 등 국회의원 41명은 11월30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현대의학의 발달에 따른 치유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무 의사가 있는 군인을 구제할 조처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며 전향적 결정을 호소했다. 하지만 소청심사위는 “전역 처분은 시행규칙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피 중령의 소청을 기각했다.
피 중령은 지난 10월 국토 종단길에 오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이 여행이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전남 땅끝에서 경기 임진각까지 23일 동안 걸으며 그가 얻은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며 거듭 회의했지만, “나는 환자도 아니었고 죄인도 아니었다”는 게 대답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군인’ 신분을 되찾기 위해 다시 싸우기로 했다. 소청 심사 이튿날 그는 “인권·여성단체도 도와주기로 했다”며 웃었다.
“하루 지나고 나니까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어요. 군 개혁과 군 문화 개선을 위해서라도 행정소송까지 마쳐야지요. 한번 끝까지 가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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