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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옥수숫대로 집 만들어주는 사나이

등록 2006-12-01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지난 11월22일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찾은 재미동포 사업가 김유승(41) 사장은 무스타파 카말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의 환대를 받았다. 이날 김 사장은 방글라데시의 대형 사업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김 사장은 버려지는 옥수숫대를 재활용해 건축용 합판을 생산하는 이콘텍이란 업체를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70년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과 같은 국가 부흥 운동이 한창이다. 그 가운데 빈민들을 위한 저가 주택 10만 채 건설이 주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건축용 합판의 공급이 부족해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 그 부족한 합판을 김 사장이 제공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미국에서 옥수숫대를 재활용한 건축용 합판 생산 기술을 개발해 위스콘신 주정부로부터 1400만달러의 지원과 공장 부지를 제공받고 있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남은 옥수숫대는 미국에서만 연간 15억t의 양이 소각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옥수숫대나 사탕수숫대 등 농업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됐으나 실험실에서 소규모 성공을 거두었을 뿐 저장 문제로 인해 상용화에는 실패를 거듭해왔다. 독자적인 저장기술을 통해 농산물 폐기물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저장 문제가 해결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콘텍은 자체 개발 가공기술을 미 농무부 임산물연구소에 의뢰해 2005년 시험 제작에 성공하고, 2006년 미국 표준 품질기준을 통과했다. 뿐만 아니라 이콘텍의 파티클보드와 MDF(중밀도섬유합판)가 일반 목재로 만든 보드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미 농무부 임산물연구소의 평가도 받았다. 가격도 기존 제품의 70% 수준이다.

옥수숫대 합판은 미 연방정부의 관심을 끌어 미 상무부는 이콘텍을 아시아개발은행의 방글라데시 개발계획에 참여하도록 주선했다. 일은 빠르게 진행돼 김 사장은 방글라데시 정부와 사업 협조 계획을 확정지었다.

방글라데시는 벼농사가 주요 산업이며 세계적인 황마 생산국이다. 22일 만남에서 카말 대사는 옥수수가 아닌 볏짚과 황마 폐기물로도 건축용 목재를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했고, 김 사장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을 했다. 더 나아가 방글라데시에서 얻는 수익을 빈민을 위한 병원이나 공익시설에 쓰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방글라데시에서의 일이 성공하면 해외투자도 유치하고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 아프리카에도 달려가볼 생각”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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