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후천성 여행중독증’을 아는가. 옛말로 역마살. 요즈음엔 장기간 세계여행을 간 사람들이 감염돼 돌아온다. 일상에서 곧잘 무기력해지다가 인터넷을 ‘눈팅’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레드설트’ 염미희(30)씨, 홍석봉(35)씨 부부도 고약한 후천성 여행중독증에 걸렸다. 2004년 4월에 떠나 지난해 9월에 돌아온 세계여행 뒤부터다. 부부는 세계여행을 꿈꾸던 사람들이 챙겨보던 레드설트(http://redsalt.net)를 운영했다. 홍씨라서 ‘레드’(red), 염씨라서 ‘설트’(salt), 그렇게 ‘레드설트’라고 이름 붙인 것. 부부는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여행기를 올렸고, 한국에 기거하는 여행중독증 환자들의 대리만족에 기꺼이 협조했다.
염-홍 부부는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배를 타고 중국에 건너가 티베트, 인도, 스리랑카, 타이까지, 여권을 잊어버려 잠시 귀국했다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핀란드까지 갔다. 영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남미의 갈라파고스까지, 그리고 ‘악의 축’ 시리아를 들러 대륙을 타고 한국에 돌아온 여정 길은 한국의 환자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부부도 곧 환자가 됐다.
“돌아온 뒤 적응이 안 돼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집도 장만 않고 떠난 터라 돌아와선 처갓집 신세를 졌지요.”
돌아온 한국은 외계인이 사는 듯했다. 가지각색으로 변한 시내버스에다 마을버스를 타니 여기저기서 강원도 사투리로 말하고,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하며 올챙이 노래를 불러댔다. 해독할 수 없는 유행과 기표들. 세계여행은 ‘부부의 로망’이었지만, 용수철 튕기듯 돌아온 서울은, 다시 현실이었다. 수백 번 쌌다 풀었던 배낭 대신 출근 가방을 메고 둘은 동종업계의 직장으로 복귀했다.
여행중독증 환자들은 가끔씩 요양원 방문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수많은 트래블로그, 여행 카페, 그리고 여행 가이드북은 이들의 요양원이다. 여행을 떠난 환자들은 기꺼이 의사가 되어 한국에 남은 동료들을 치료한다. 염씨는 “한번 다녀오니 떠나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다시 몸이 근질근질해진 것일까. 부부는 ‘그때 왜 투바는 안 갔을까’ 투덕거리며 오늘 밤에도 지도를 본다. 그들은 다시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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