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글,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말 타는 장면을 보면 신나요. 주요 연기는 대역들의 몫이겠지만 연기자들이 틈틈이 연습을 했을 텐데도 곧잘 타더라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승마를 즐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10월21일 충남 아산시 화랑승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전국마필한마당축제 ‘마장마술 경기’의 일반부 우승을 차지한 최준화(76)씨의 나이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말의 탄력이 최씨에게 그대로 전해진 듯했다.
이날 최씨는 마장마술 다음에 열린 ‘장애물 준마’에서 말이 경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실격하고 말았다. 모든 경기를 마친 최씨를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찾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승마복 차림의 ‘70대 중반 할아버지’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장에서 찾기를 포기하고 한참 뒤 마구간을 몇 바퀴 돈 다음에야 그를 겨우 만났다. 일흔여섯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얼굴이었다. “20년 가까이 승마를 즐긴 대가인지 모르겠네요. 승마는 나이를 먹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1980년대 후반 최씨가 말을 타기 시작할 때만 해도 승마는 ‘귀족 스포츠’로 불렸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 한 대 값을 투자하며 승마를 즐기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 승마장이 들어서고 대학에 승마 관련 학과나 아카데미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대중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골프장 한두 번 갈 비용으로 승마를 하면 한 달 내내 즐길 수 있어요. 머지않아 농가형 승마장에서 말을 타면서 축산농가를 도울 수도 있어요.”
이번에 열린 마필한마당은 생활체육으로 승마를 보급하고 마필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자칫 승마 대중화가 해외 말 수입업자들의 호주머니만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말만 출전하는 경기를 따로 마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씨는 마장마술 경기에 독일산 ‘한스’를 타고 출전했다. 제대로 훈련받은 국산말이 많지 않은 탓이다. 특히 사람이 마음대로 말을 부려야 하는 마장마술 경기를 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제 승마 대중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몸값 40억원짜리 씨수말 ‘메니피’를 들여오기도 했다. 국산말의 품종 개량을 위해서다. 국산말들은 ‘퇴출 경마’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해 마음대로 부리기 어렵다. 지난 7월 경인일보배 전국 승마대회 장애물 준마에 이어 이번 대회 마장마술까지 우승한 최씨가 국산말로 우승을 노릴 수 있을까. “실력 있는 교관들이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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