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서 금품 로비 일부 시인했으나 간부 1명의 잘못으로 얼버무려… 돈 받은 또다른 보좌관의 증언 확보… 솔직한 인정과 사과는 불가능한가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결국 국세청은 공개적으로 “국세청, 국회에 검은돈 뿌렸다”( 628호·9월18일 발행)는 보도 내용을 시인했다. 또 보도와 관련된 간부들을 전보 조처했다. 더 이상 한겨레를 상대로 로비도 하지 않는다. 이제 끝난 것인가? 결론은, 매듭짓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불편하겠지만 국세청의 또 한 번의 답변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1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장. “첫 질문부터 곤란한 질문을 드려야겠다”는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불쑥 “최근 에서 국세청의 금품 로비 의혹을 보도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 순간 국세청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유 의원이 이 문제를 질의할 것이라곤 전혀 짐작하지 못했을 게다. 국세청은 전날까지 보도와 관련한 국정감사 자료를 요구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보도와 관련된 질의를 하지 말아달라”고 로비를 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유 의원의 질의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재경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 보도와 관련된 질의는 국세청이 막판까지 막으려고 총력을 폈던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특히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실에 정성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강도높은 추궁이 예상됐던 탓이다. 국세청의 정성과 달리 심 의원은 이날 아침 일찌감치 보도와 관련된 별도의 자료를 내어 국세청을 몰아붙였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더 많다?
유 의원의 질의에 전군표 국세청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만일을 대비했는지 답변은 준비해온 듯 보였다. 국세청장과 유 의원의 질의와 답변을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의 메모와 의 녹취, 의 보도를 바탕으로 중요한 대목을 간추렸다. 국회 속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제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해서 인사청문회의 검증을 제대로 받지 않고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원 하나가 자신의 승진을 계기로 국회 보좌진들과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저녁을 먹은 것은 확인이 됐다.”
“ 보도가 사실인가 아닌가만 말해달라.”
“사실인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부분이 더 많다.”
“금품을 제공한 것은 사실 아닌가.”
“(다른) 직원 한 사람이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때에 제출하지 못하다가 일요일에 국회에 갔더니 보좌진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보좌관이 사양하자 대신 돈봉투를 제공했는데 다음날인가 돌려받았다.”
“1명의 간부와 1명의 보좌관밖에 없나.”
“그렇게 알고 있다. 더 이상 없다.”
“그 간부에 대해선 어떤 조처를 취했나.”
“국정감사가 끝난 다음에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다. 징계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이… 구시대적인 관행의 잔재가 남아 있다면 앞으로 그것을 과감하게 청산해나가도록 강력히 하겠다.”
10월23일 관련 간부 2명이 ‘좌천성’ 인사 조처를 당한 것으로 국세청의 자체 조사 결과는 마무리된 듯 보인다.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이제껏 공식적으로 부인해오던 태도에서 벗어나 일부이지만 처음으로 인정했다. 국세청 조직 내부와 국회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낡은 관행을 고쳐나가겠다는 약속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인사들의 ‘기망’일 가능성 높아
하지만 국세청이 가장 중요한 금품을 뿌린 사실을 ‘한 사람의 간부가 한 사람의 보좌관에게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것으로 매듭지으려는 것은 문제다. 이는 한 개인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을 축소 왜곡하는 것이다.

이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짚는 것은 그동안의 보도를 정리하는 차원도 있지만, 이런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국세청장이 한 말과 달리 은 “사실과 다른 부분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다. 국세청장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도 ‘위증’(거짓 증언)을 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해당 인사들 가운데 몇몇이 여전히 청장을 ‘기망’(속이고)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은 거듭 국세청의 돈봉투가 두 차례 이상 최소 4~5명 이상의 재경위 소속 보좌진들에게 뿌려졌다고 보도해왔다. 계속된 추가 취재 과정에서 은 첫 보도에서 등장하지 않은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에게서 직접 자신의 보좌관도 돈봉투를 받았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의원실의 보좌관은 국세청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인정했던 ‘혼자서 따로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보좌관이 아니다. 국세청장의 답변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은 최근 추가 취재를 통해 국세청장의 답변을 반박하는 또 하나의 증거를 덧붙인다.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의 여러 보좌진들과 어울려 식사를 한 뒤 국세청 직원에게서 직접 돈을 받은 보좌관의 증언이다. 이 보좌관은 이제껏 기사에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증언자다. 아래는 이 그와 10월19일 세 차례 통화한 내용이다.
“다른 보좌진들과 같이 있었지만 밥 자리가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별 생각 없이 돈봉투를 받았다. 나중에 보니 50만원이었다. 부정적인 뇌물이라는 생각까지 들진 않았지만 ‘아차!’ 싶었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며칠 지나서야 돈을 돌려줬다. 나한테 돈을 준 국세청 직원과 내가 돈을 돌려준 국세청 직원은 다르다. 전군표 청장의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를 들고 온 국세청 직원에게 ‘지난번에 받은 돈인데…’라며 50만원을 돌려주고 싶다고 하자,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 직원에게 ‘내가 이 돈 받아서 부자가 될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돈을 되돌려줬다.”
“팀을 나누어 여러 자리를 마련했다”
이 보좌관은 당시 새 청장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세청이 “팀을 나누어 여러 자리를 마련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세청장의 답변처럼 돈봉투 살포가 한 국세청 직원과 한 국회 보좌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묻고 넘어가기엔 돈을 받은 여러 보좌관 등의 너무나도 생생하고 명백한 증언들이 존재한다. 이 진실이 불편하겠지만 진실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전군표 청장이 밝혔던 것처럼 돈봉투를 돌린 것 등을 포괄해 국세청의 “구시대적인 관행의 잔재”가 뭔지 국민 앞에 좀더 떳떳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잘못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반성, 사과는 오히려 국세청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심상정 의원은 10월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하루빨리 진실을 숨김없이 밝히고 그 책임을 달게 받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아직 답을 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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