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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이용석 교사의 변호를 자청하다

등록 2006-10-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인권단체가 보낸 뉴스레터를 읽어보고 내가 먼저 이용석 선생님에게 연락했어요. 내가 변호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그는 날카로운 변호사라기보다는 수더분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보였다. 스무 평도 채 안 돼 보이는 서울 가회동의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사무실. 정정훈(37) 변호사는 소탈하게 웃으며 두꺼운 서류뭉치를 꺼냈다. 국기 경례를 거부해 지난 8월9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정직 세 달의 중징계를 받은 부천 상동고 이용석 교사에 관한 자료들이다.

3년 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정 변호사는 안락한 개업 변호사의 비단길 대신 사회 정의의 가시밭길을 택했다. 그와 동기들이 택한 것은 전업 공익변호사. 이렇게 해서 국내 최초의 비영리 공익소송그룹 공감이 탄생했고, 이용석 교사와 같은 소수자들의 인권법률센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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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는 이용석 교사에 대한 징계가 “변호사로서 재밌고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국가 제창 의무화가 위헌 판결을 받았듯이 경기도교육청의 징계는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규정한 교육의 기본이념에 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에게는 30년 동안 효력을 미친 ‘유신 판례’가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다. 그는 국기 경례를 거부한 여고생 6명을 제적한 김해여고의 행위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1976년 대법원 판례를 바꾸어내야 한다. 이 판례는 지금까지 국기 경례 거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적 근거로 작용했다.

“아직도 어떤 사람들에겐 국가가 가부장으로 남아 있어요. 국가와 학교와 가정이 단일한 이념체계로 묶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는 이번 사건에 뛰어들면서 한국이 ‘군사부일체에 입각한 가부장적 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개인이 국가를 구성한다’는 상식을 믿는 정 변호사 또한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이 그만그만해 원체 기회도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때도 가만히 서 있는다.

9월12일 정 변호사는 이 교사와 함께 “경기도교육청이 내린 징계는 헌법적·법적 근거가 없는 재량권 남용”이라며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교육부마저 세 달 정직을 합리화할 경우 행정소송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긴 싸움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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