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을 이끈 투사로 기억돼온, 민주노총 사무총장 출신의 권용목(49)씨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996년 민주노총을 떠난 권씨는 최근 뉴라이트 계열의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신노련) 상임대표가 되어 돌아왔다. 보수언론들은 ‘노사협력과 상생’을 내걸고 10년 만에 돌아온 권씨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권 대표는 “국민의 외면으로 구시대의 노동운동은 막을 내렸다. 노동현장에 ‘협력과 상생’의 가치관을 전파하겠다”며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노련 쪽은 15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권용목은 누군가? 80년대 말 현대엔진 노조위원장과 현대그룹노동조합협의회 의장으로서 현대중공업 파업을 주도했고,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건설의 주역으로서 19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러나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 참여를 강력히 주장하다가 민주노총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노동운동판을 떠났다. 그는 민주노총을 떠난 뒤 4∼5년간 혼자서 러시아·중국·몽골·베트남 캄보디아 등 옛 사회주의 국가들을 떠돌아다녔다. 옛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관찰하고 자신도 직접 그곳 노동현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반면 그가 중국과 캄보디아를 떠돌며 사업을 했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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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그는 잊혀질 만하면 다시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노동운동가가 아니라 정치권에 얼굴을 가끔 내밀었다. 2000년 4·13 총선 때는 새천년민주당의 ‘녹색연대21’이라는 젊은 정치 지망생들의 모임에서 대표를 맡았다. 총선 뒤에 홀연히 사라졌던 그는 2002년 대선 때는 이인제를 지지하는 모임인 ‘새시대개혁연대’ 창립총회에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얼마 뒤 그는 또다시 정몽준의 ‘국민통합21’에서 노동특위 정책위원을 맡았다. 철새 정치인 권용목이 된 것일까? 그리고 이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에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외치는 노동운동가로 다시 등장했다.
신노련에는 주로 현장 조직과 괴리된, 노동운동판을 떠난 전직 노동운동가 출신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에 과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노총도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채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공격하며 얼굴을 드러냈다”고 일축한다.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지만, 권씨가 과연 노동운동판에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철새 정치인으로 돌아온 것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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