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맹학교 2003년 졸업생 25명 추적조사… 취업한 12명 전원이 안마사… 특수교육학·사회복지학 계통으로 8명 진학했지만 전공살리기는 바늘구멍
▣ 이혜민 인턴기자 taormina@hanmail.net
▣ 사진· 이명국 한겨레21 인턴기자 href=mailto:chul@hani.co.kr>chul@hani.co.kr
지난 8월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안마사의 자격을 기존대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시각장애인’에게만 주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안마사 자격을 따려면 시각장애인 중·고등학교에 준하는 특수학교에서 안마 관련 교육과정을 거치거나, 중졸 이상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 과정을 마쳐야 한다.
이로써 헌법재판소가 지난 5월25일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 1항’(보건복지부령)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벌어진 시각장애인들의 항의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생존권 투쟁 과정에서 끝내 목숨을 잃은 시각장애인도 있었다.
기존 자격 존치로 개정안 가결됐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이처럼 안마에 ‘목을 거는’ 이유는 뭘까. 안마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걸까. 은 ㅅ맹학교(유치부~고등부 과정) 2003년 2월 고등부 졸업생 25명이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 추적해봤다. 직업 실태 조사 결과 정신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한꺼번에 겪고 있는 이들과 대학생을 뺀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안마사로 살고 있었다(표 참조). 25명 가운데 현재 대학생인 7명, 정신지체 장애까지 겪고 있어 사실상 취업이 힘든 4명,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1명, 대입준비 중인 무직 1명 등 13명을 뺀 12명 가운데 전원이 안마를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 안마사 이외의 직업은 종교음악 분야에서 일하는 1명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안마사가 되었다.
11명의 안마사 가운데 8명은 안마시술소에 고용돼 있고, 2명은 아르바이트로 안마를 하고 있다. 나머지 1명(ㄱ씨·33)은 가정집에서 안마를 한다.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ㅊ(33)씨는 일반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군대도 갔다 왔고 직장도 다녔다. 그러다 22살부터 눈이 서서히 나빠져 맹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뒤 바로 안마사가 됐지만 가게가 문을 닫거나 몸이 고단해서 6번이나 직장을 옮겼다. “24시간 대기를 하다 보니 몸이 안 좋아서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한 손님당 1만9400원을 받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을 빼고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 5시까지 3~4명을 안마하면 한 달에 200여만원을 벌 수 있지만 육체적으로 무리가 올 때가 많다.”
맹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안마사 대신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일을 해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ㅍ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ㄱ(24)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분당에서 안마사로 일한다. 사회복지관에 몇 번 원서를 넣었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결국 지난해부터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안마를 한다. 그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걸 완전히 단념하진 않았지만, 달리 애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한 달 수입은 60만원 안팎. ㄱ씨의 대학 동기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모두 세 명인데 한 명은 사회복지사가 됐지만 계약직이고, 다른 한 친구는 그처럼 안마를 해서 돈을 번다.
고등부 졸업생 중 일을 하지 않는 2명은 신체적 제약 때문에 안마사가 되지 못했다. ㄱ(43)씨는 당뇨합병증이 있다. 또 다른 ㄱ(27)씨는 184cm에 120kg으로 큰 덩치 때문에 손님들이 기피한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잡기 힘들었다. ㄱ씨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편이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어버린 그는 ㅅ맹학교 중학부 3학년 과정으로 편입해 고등부 때 안마를 처음으로 익혔다. 졸업 뒤 안마자격증을 땄으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맹학교 전공과에 재입학해 3년 동안 침술과 안마 관련 심화수업을 들어 ‘이료(理療)전문학사’ 학위도 땄다. 아는 이의 소개로 몇 번 안마 일을 하려고 했으나 고용이 되지 않았다. 그는 현재 특수체육교육학을 전공하려고 수능 준비를 한다. 전국 체전에서 얻은 5개의 메달 외에 다른 메달을 따면 대학 입학이 좀더 수월할까 싶어 장애인체전 육상(투포환·투원반·투창)에 출전할 계획이지만, 훈련 공간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주46시간동안 안마 교육 받기도
졸업 뒤 진로가 안마사로 집중되기 때문에 맹학교의 교과과정에는 안마 관련 과목이 압도적으로 많다. 2003년 졸업생들의 경우 고등부 3년 동안 일주일에 안마 관련 과목을 14시간(1학년), 46시간(2학년), 36시간(3학년)씩 배워야 했다. 2003년까지는 맹학교 학생 모두가 안마 수업(이료반이라고 부름)을 들었기 때문에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이료반만 있었던 ㅅ맹학교는 2004년부터는 일반계 고등학교 교과과정과 동일한 인문반과 이료반을 함께 꾸려가고 있다.)
2003년 졸업생 25명 가운데 대학에 입학한 이는 8명. 4명은 특수교육학을, 다른 3명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다. 전공이 제한된 점에 대해 ㅅ맹학교 상담부장 홍기근 교사는 “그나마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전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2살 때부터 저시력이었던 ㅎ(27)씨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마땅히 다른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맹학교 중등부 과정으로 편입했다. 고등부 과정을 하면서 수능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맹학교는 실업계였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공과목인 안마 수업을 빠짐없이 들어야 했다.
다행히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ㅇ대 특수교육학과에 입학했다. 현재 그는 대학도서관의 장애인정보지원센터에서 글자를 확대해 볼 수 있는 기구인 CCTV와 소리 나는 컴퓨터를 활용해 중등 특수교사 임용고사를 준비 중이다.
시각장애인으로 대학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업 내용은 녹음해야 하고, 시험 볼 때는 대필조교의 도움을 받는다. 교육부에서 장애학생 도우미 사업을 지원하지만, 예산 때문에 시행하지 않는 곳이 많다. ㅎ씨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한 학기 전에 전공 책을 복지관에 맡겨 파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이 자료로 공부했다. ㅎ씨는 “학습 지원이 제일 필요하다”며 “MP3로 녹음해주면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는데 구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도 했다.
ㅂ대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ㅊ(29)씨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친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대필조교가 없어 시험 볼 때마다 친분이 있는 이들을 수소문했다. 친구에게 교과서 전체를 녹음해달라는 건 어려워서 필요한 부분만 녹음을 부탁해 교과과정을 따라갔다. 리포트를 쓸 때도 ㅊ씨가 메모장에 치면 친구가 오타를 수정하고 한글 파일로 정리해준다. ㅊ씨의 학교 생활을 도운 건 8할이 친구였다.
대학생활 도운 건 8할이 친구
특수교육학 전공생들은 교사임용시험을 통과하면 특수교사가 될 수 있는 데 비해 사회복지학 전공생들은 전문성을 살리는 일이 쉽지 않다. ㄷ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ㅈ(27)씨는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려 한다.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녹록지 않은 탓이다. ㅈ씨는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의 경우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가서 또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가르치거나 컴퓨터 사용방법을 가르치는 재활교육을 담당하지만 채용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졸업을 앞둔 4학년이라 자격증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생각에 1급 사회복지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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