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경북 의성군은 마늘로 유명하다. 서상문(61)씨는 이곳에서 ‘마늘 박사’로 통한다. 의성군의 거의 모든 마늘 농가가 그의 발명품을 쓰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그도 평범한 마늘 농사꾼이었다. 뒤늦은 인생의 전환은 2001년 군 농업기술개발센터가 통마늘을 종자로 쓸 쪽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계(종구용 마늘쪽 분리기)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해오면서다. 1년 전 일본 기술진들이 실패했을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농업기술개발센터는 그가 20년 전 마늘의 껍질을 벗기기 위한 전 단계로 개발한 마늘쪽 분리기 기술에 주목한 것이다. 당시 그의 기술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채 사장됐다. 1년여의 연구 끝에 2002년 그는 종구용 마늘쪽 분리기 개발에 성공했고 전국에 4천~5천 대의 기계를 보급했다.
마늘 박사의 연구와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이전에 낫이나 가위로 작업한 마늘종 절단과 마늘잎 자르기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마늘밭의 비닐을 벗기는 것과 마늘 껍질을 까는 기계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이러한 마늘 기계들은 이미 농가에 보급됐거나 공장에서 제작 중인 것도 있다. 그의 마늘 기계 덕택에 마늘 농가들은 일손을 크게 덜었다. 그는 “밀려드는 수입 마늘과 경쟁하려면 마늘 농법을 선진화·기계화해서 생산비를 절감하고, 마늘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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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다양하게 상품화하는 방식에도 관심이 미쳤다. 마늘 냄새를 풍기지 않는 일종의 마늘제리를 개발해 식품으로서 마늘의 활용폭을 크게 넓혔다. 그는 “냄새 없이 과자처럼 마늘을 먹을 수 있어서, 특히 외국인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마늘과 관련해 모두 15개의 특허를 지니고 있다. 돈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발명하느라 돈을 모으기보다 쓰기에 바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해온 결과를 그냥 묻어두고 있을 순 없었다. 누구든 내 기술을 계승 발전시켜 후대에 쓸 수 있도록 한다면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마늘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이른바 ‘마늘 자판기’ 보급을 꿈꾸고 있다. 저온 보관이 가능한 자판기를 아파트 등에 설치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깐마늘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품질보증은 자치단체장이 해주고, 아파트 운영위원회로부터 자판기 설치 허가를 받으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자판기는 이미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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