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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만] 한국 땅에 커피를 옮겨심다

등록 2006-08-25 00:00 수정 2020-05-03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북한강이 앞마당에 찰찰 닿는 ‘왈츠와 닥터만’ 레스토랑 2층에 커피박물관이 개관했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쑥쓰러운 규모지만 박종만(47) 관장의 커피에 대한 열정을 머금은 만듦새가 꼼꼼하다. 원두 모양이 앙증맞게 붙은 패널,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되는 프로그램, 전세계에서 모아온 볶고 갈고 끓이는 커피 기계들이 역사, 유통, 문화관을 채우고 있다. 발품 팔아 모은 것 중에는 300년 전 아라비아 사막에서 사용하던 커피 추출기도 있다. 이것저것 꼼꼼하게 만들다 보니 3월3일이 목표였던 개관일이 8월18일로 늦춰졌다.

박 관장이 커피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기 전에는 인테리어 회사를 했으니, 커피박물관은 그의 인생을 요약하는 장소기도 하다. 과연 커피박물관은 그의 오랫동안의 꿈이었다. 그가 엉뚱한 방향으로 인생 방향타를 돌린 것은 회사에서 출장차 일본의 커피 공장에 갔을 때였다. “공장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친 그 향기에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커피를 들여와 홍익대 앞에 ‘왈츠’라는 커피숍을 냈고, 커피숍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국에 70여 개의 체인점까지 불었다. 커피에 발을 들여놓은 1989년은 국내에 커피에 대해 공부할 길이 막막하던 때였다. 수입국이긴 마찬가지지만 일본을 오가며 커피를 공부했다. 그러다가 미국, 유럽의 커피 문화를 공부하면서 그는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블렌딩할 때 세 가지 이상을 섞지 마라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열 가지 스무 가지도 섞는 것”이었다. 그는 하와이에서 공부를 하다가 한국에 커피를 재배하겠다는 욕심에 강원대 원예과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 덕분에 열대 작물인 커피는 현재 불모지 한국에서 음용용까지는 아니지만 열매를 맺고 수확되고 있다. 박물관 옥상으로 올라가면 커피 하우스(비닐하우스)에서 커피를 볼 수 있다. 상호명의 ‘닥터만’은 한국 최고의 커피 박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닥터’에 그의 이름 끝자 ‘만’이 붙어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지도 120년이 되어가지만 마땅한 커피 문화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하는 그는 100년을 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다.

커피박물관은 남양주 종합촬영소 입구에 있으며 입장료는 대인 5천원, 소인 3천원이다. 정각과 30분에 입장하면 안내원이 투어를 이끈다. 입장할 때 커피를 나눠받고 그것을 직접 갈아서 드립 커피로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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