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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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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선] 아파요? 웃음약 발라드려요

등록 2006-08-09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이명국 한겨레21 인턴기자 chul@hani.co.kr

웃음치료사이자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간호사인 이임선(41)씨를 인터뷰하는 동안, 간염예방 백신 주사를 맞으려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섰다.
간호사: 지난번에 아팠어요? 환자: 견딜 만했습니다.
간호사: 아프다고 하면 주삿바늘이 들어가도 모를 약을 발라드리려고 했는데…. (웃음)
환자: 그런 약도 있나요?
간호사: 있지요. 웃음약. 환자·간호사: 하하하!
웃으면 복도 오지만 건강도 온다. 이씨의 ‘임상실험’ 결과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웃음치료를 알게 됐다. 2004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가벼운 우울증을 앓았는데 웃음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웃음의 마력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직접 배우고 자격증도 땄다.

첫 실험 대상자는 그가 속한 가정의학과의 의사들이었다. 매주 목요일 회의가 끝나고 15분가량 얼굴 스트레칭을 하고 이씨를 따라 웃었다. “이 간호사 덕분에 1주일이 가뿐해요.” 그 뒤 가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 웃음치료를 권유받는 환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웃음치료는 정식 진료 과목도 아닐뿐더러, 간호사 이씨의 치료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가욋일이다. 진료 시간 앞뒤로 짬을 내어 면담을 하고, 이씨의 퇴근 시간 이후 1대1로 웃음치료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1번은 집단으로 한다. 그걸 1년6개월 동안 해왔다.

“효과요? 계량해서 측정할 수는 없지만, 큰 수술을 한 뒤에 회복 중인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커요. 웃으면 장 운동이 활발해지잖아요. 가스를 바깥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그게 빨라져요. 염증 수치가 웃음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낮고요. 무엇보다 환자들이 웃음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돼요.”

이씨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혈압·맥박·호흡·체온이 중요한데 웃음은 네 요소 모두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환자가 있다. 고혈압, 탈장, 천식 환자 등에게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도 웃음치료가 통하지 않는다. 만병통치약이라는 웃음이 모든 환자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 십수 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쌓은 지식이 도움이 됐다. 일반적인 웃음치료사와 이씨가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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