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외환위기 직후 30여 개에 달하던 종합금융회사가 우수수 문을 닫았다. 종금사의 화려한 시절은 옛날이 되었다. 한불종합금융과 금호종합금융 두 곳만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요즘 한불종금은 다시 화려한 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2005년에 당기순이익 207억원을 기록했고, 2003년 이후 3년째 흑자 행진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올 3월 현재 35%로, 생존 위기에 빠졌던 외환위기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한불종금 김기범(50) 대표는 종금사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2001년 한불종금 대표로 취임한 김 사장은 종금사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한 변화에 즉각 시동을 걸었다.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과 투자 비중은 줄이고 자산운용과 투자은행, 인수·합병, 해외증권 발행 같은 수수료 수입 기반을 대폭 확대했다. “자산을 담보로 한 영업 비중이 너무 높으면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는 영업전략을 취했어요. 예금 이자도 은행 수준만큼만 주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같은 시류에 영합하는 상품에는 한눈팔지 않고 위험관리를 해왔어요.” 앞으로 자산운용 방식을 30%, 수수료 수입을 70% 정도로 구성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정착시킬 예정이다.
그는 국내 시티은행에서 6∼7년 일한 뒤 대우증권으로 옮겨 헝가리 대우은행, 대우증권 런던 현지법인장을 거쳤다. 은행, 증권 등 여러 금융기관에 이어 국제금융통으로 활약한 경험이 모든 금융업무를 취급하는 종금사에서 빛을 발한 것일까? “종금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려고 회사 이름을 ‘투자은행’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금융감독원이 받아주지 않았어요. 어떤 일반 회사도 ‘오일뱅크’라는 이름을 쓰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고 싸웠죠.” 최근에는 모든 금융기관들이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는 터라 종금사라는 이름이 오히려 더 좋은 시절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종금사가 모든 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갖고 있지만, 특정 업무에 전업하는 금융기관들하고는 경쟁이 안 되죠. 대신 여러 업무를 하다 보니 특정 금융상품의 수익이 떨어질 때는 다른 금융상품에서 벌충할 수 있는 유리한 구조도 있어요.” 한불종금은 현재 자사 홈페이지에 ‘펀드쇼핑몰’ 서비스를 개설해 주식형·주식혼합형·채권형·머니마켓펀드(MMF) 등 갖가지 펀드상품을 싼 수수료에 팔고 있다. 전국적 네트워크망을 갖고 영업하는 증권·은행들에 맞설 수 있는 전략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선택했는데, 이제는 금융기관들이 이 쇼핑몰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예금·대출, 리스, 자산운용 등 각 분야를 활성해 금융지주회사로 키워 종금사의 새 가능성을 열어 보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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