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호 표지로 보도한 ㄱ시 ㅅ초등학교 사건 학생들의 ‘미술치료’현장… ㄱ·ㅈ 교육청의 고영희·임신일 상담교사 “폭력 목격만 한 학생도 치료”
▣ 이혜민 인턴기자 taormina@hanmail.net
“ㄱ교육청은 밥줄만 생각하지 마시고, 해당 여교사는 물론 해당 학교 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함이 마땅합니다.”(ㄴ씨) “ㄱ교육청은 사표 수리하는 것으로 끝냈는데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궁금하네요.”(ㅇ씨)
반가워라, 전문 교사들의 움직임
의 ㄱ시 ㅅ초등학교 체벌사건 보도(619호 표지기사) 이후 ㄱ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라온 글들이다.
체벌 교사에 대한 조사와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피해 아동들에 대한 후속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시민들은 진상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가해 교사의 사직서만 받고 사건을 덮어버린 교육당국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었다.
ㄱ교육청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해당 교사를 ‘의원면직’ 처리해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지만, ‘의원면직’은 ‘본인이 원해 사표를 냈다’는 뜻일 뿐 교육당국으로서는 그 어떤 조치도 ‘내린’ 것이 없다. “퇴직금과 연금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 터에 교사가 받는 불이익은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결국 교육당국은 ‘제 식구 감싸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다.
초등학생 체벌 사건은 올해 상반기에 유독 많았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소속 15개 지부와 37개 지사에서 올 상반기에 체벌 문제로 상담이 이뤄진 사례만도 30건이 넘었다. 6~7월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셈이다. 작은북 채로 사정없이 때리고(ㄱ시 ㄴ초등학교), 뺨을 때린 뒤 얼굴에 책을 던지고(ㄱ시 ㅅ초등학교), 빗자루로 머리를 때려서 꿰매게 하고(ㄱ시 ㅇ초등학교), 아이 뺨을 아이 스스로 때리게 한(ㅈ군 ㅈ초등학교) 체벌은 폭력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폭력적 체벌의 후유증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무작정 ‘시간의 치유’에 맡기지 않고 사후적으로나마 피해 아동들의 심리를 어루만지려는 전문 교사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너무 늦은 대응 조처이긴 하지만 반길 만하다.
은 ㅅ초등학교 피해 반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실시한 두 교사를 7월23일 현지에서 만나 미술치료의 내용과 결과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미술치료’란 정서적 부적응이나 발달상의 문제를 지닌 이들에게 미술을 통해 도와주는 심리치료 기법이다. 치료에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연극·놀이 등 자기표현의 수단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박수게임, 안아주기, 찰흙 던지기…
미술치료를 담당한 ㄱ교육청 고영희 상담교사와 ㅈ교육청 임신일 상담교사는 “체벌로 인해 생긴 피해에 미술치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걸로 안다”며 “몇 명이 어떻게 맞았다는 식의 진상 파악보다는 부정적이고 힘든 상황을 겪은 아이들을 지지해줌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학교생활의 적응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미술치료는 해당 학급 전체 부모의 동의를 얻어 6월29일부터 7월19일까지 한번에 2~3시간씩 모두 5번에 걸쳐 이뤄졌다. 치료 대상은 반 학생 28명 전원이었다.
직접적인 폭력의 대상자가 아닌 학생들까지 치료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이들은 “폭력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도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사는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면 피해자는 맞는 엄마뿐이 아니고 그 장면을 목격한 아이도 포함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얼마 전 사이코드라마에 참석했는데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른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고 한 30대 남성을 만나면서 ‘목격자’가 피해 당사자와 비슷할 정도의 아픔을 겪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고 교사는 “전체 반 아이를 치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낙인 효과’의 우려 때문”이라며 “피해 당사자만 상담하면 그 아이에게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픈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고, 그 아이만 상담한다는 게 낙인으로 작용해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을 소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체벌 규정을 둔 학교 대부분이 체벌을 할 경우 다른 학생들이 목격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체벌은 같은 반 학생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교육당국이 폭력적 체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미술치료에는 그림 그리기뿐만 아니라 박수게임, 악수하기, 안아주기, 찰흙 던지기, 그림 그리기, 신체 본뜨기 등 활동적인 프로그램들도 포함됐다. 또래와의 신뢰감 형성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성격상 분노를 표출하는 활동도 중요했다. 신문지 찢기, 찰흙 던지기를 통해 내면화된 분노를 외부로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그 느낌을 공유한 뒤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결국은 자연스럽게 누그러뜨린다는 것이다. 고 교사는 “한 명을 향해서 다른 모든 아이들이 이라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나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한테 맞은 기억이 있지만, 결국 어떻게 내면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해 교사의 사과가 가장 이상적
가해 교사인 이아무개(53)씨는 심리치료 과정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 교사는 “물론 가해 교사가 (치료 현장에) 나타나 (피해 아동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화해이지만 여건상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ㄱ교육청 관계자는 과의 전화 통화에서 “교사에 대한 처리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전북도 안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 체벌과 관련해 교사들의 교육과 연수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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