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차별을 반대하는 이들의 이름은 매우 차별적이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쁜이들의 모임’ 줄여서 ‘반이모’라고 부른다. 이들은 한미 FTA 반대집회가 있는 날이면 예쁘게 차려입고 집회에 나선다(남들도 예쁘다고 해주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반이모 회원 박기호(36)씨에게 물었다. “외모 차별적인 이름이 아닌가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 예쁘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잠시 옆의 회원 눈치를 보면서 그는 “아니에요. 저를 제외한 회원들은 천상천하 절대미모예요”라고 답을 고쳤다. 마음만 예쁘다고 했다가는 다른 회원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 뻔한 탓이다.
‘반이모’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들의 운동모임 아니 놀이모임이다. 이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미모를 커밍아웃하면서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논다. 이들의 슬로건은 집회를 축제로, 구호는 섹시하게! 이들의 섹시한 구호는 때때로 남에게 부담이 된다. 이들이 집회에서 “우리는! 이쁜이! FTA를! 반대한다!”고 외치면, 주변에서 시위를 하던 사람들은 ‘은근히’ 멀어진다. 박씨는 “그래도 시위를 구경하는 분들은 우리한테 관심이 많아요”라고 선전 효과를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 중에도 보령 농민회가 자신들에게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반이모’의 전신은 ‘반이모’다. 두 번째 ‘반이모’를 풀어쓰면 ‘전쟁을 반대하는 이쁜이들의 모임’이 된다. 이들은 2003년 미모 하나로 전쟁을 막아보겠다고 나섰다. 자신들의 미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되자, 이들은 빈 석유통을 막대기로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석유통 퍼포먼스에는 이라크 침공으로 이라크 민중이 얻을 것은 빈 깡통, 아니 석유통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명랑 집회문화를 선도하는 반이모지만, 이라크와 이란에서 동성애자가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형됐다는 소식에는 깊은 슬픔에 젖었다.
반이모는 절치부심 다음 FTA 반대집회를 기다리고 있다. 7월12일 집회에서 반이모답지 않은 ‘논문 구호’로 지탄을 받은 탓이다. “소수자 인권을 후퇴시키는 한미 FTA 반대한다!” “한미 FTA는 다양성의 가치를 근거도 없는 경제성에 복속시키는 일입니다!” 물론 논문 구호에도 이들의 반대 이유는 담겨 있다. 참, 친구사이 상근간사인 박기호씨는 5월 초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1인시위에도 나섰다. 미모로 선발된 것은 아니고 서울퀴어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각종 단체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저지할 때까지, 미모 퍼레이드는 구호와 함께 계속된다. 쭈욱~, “이쁜 게 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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