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 사람이 싸워 찾은 작은 권리가 만인에게 권리장전이 되어 돌아온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 기록관리과에서 일하는 배병국(34)씨. 서울 강서구청의 ‘대충 행정’을 상대로 전입 주민의 권리 찾기에 성공했다.
배씨가 강서구 화곡8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간 지난해 10월28일.
그런데 동사무소 직원에게서 받은 전입신고서 위쪽 여백에는 “세대당 1500원의 음식물쓰레기 수거 수수료가 휴대전화·전화요금 병과 부과된다”는 내용의 문구가 고무인에 찍혀 있었다.
“왜 이걸 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무런 설명도 없고… 전입신고서 한쪽에 칸 하나 달랑 만들어놓고 서명하라고 하다니. 마치 음식물쓰레기 수수료 징수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전입신고 안 해줄 것처럼 보이잖아요.”
다른 사람이라면 ‘한 달에 1500원이려니’ 하고 물러났을 것이다. 바쁜 세상에 1500원 때문에 얼굴 붉힐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배씨는 그렇지 않았다. “행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죠.”
일곱 달 만에 나온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강서구청이 배씨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보낸 통지문은 배씨의 생각과 같았다. 쓰레기 수수료 동의문이 전입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안내문이라고 하기엔 극히 간단하고, 수수료 산출 근거나 방문 수납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한 공지가 없다는 것이다. 법정 서식인 전입신고서를 맘대로 변형해 사무관리규정을 위배한 것도 문제였다.
배씨는 “대학 다닐 때 작은 권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대학에 학부제가 도입돼 몇몇 강좌가 폐지됐는데, 재수강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 배씨는 대체 과목을 개설해달라고 요구했고, 학교 쪽은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보통 정부는 새 방침이나 제도를 일단 시도하고 봐요. 그리고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지요. 그 틈에 피해자가 생기는 거죠.”
국가인권위는 5월29일 강서구청에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친일진상규명위에서 일하는 그는 “공무원노조가 앞장서 이런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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