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한·미·일 정상회담장. 미국과 일본 정상의 고압적인 태도를 참지 못한 한국의 여직원이 탁자를 뒤집어 엎어버린다. 소매치기범을 쫓아가 백드롭(레슬링에서 상대편을 안아 자신의 머리 위로 넘기는 기술)으로 범인을 제압한다. 그리고 이런 멘트가 흘러간다. “시원하게 한판 뒤집고 싶습니다.” 5·31 지방선거에 쓰였던 민주노동당의 인터넷 광고다. 2004년 총선 때 노회찬 의원의 “정치 불판을 갈아엎자”의 후속편이었던 셈이다.

윤영태(37) 민주노동당 인터넷실장은 “이번 선거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인터넷 광고라는 낯선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자평했다. 일단 누가 광고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인터넷실(선거 당시에는 온라인팀)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젊은 영화감독’이 여러 차례 기획회의를 거쳐 만들었다. 감독은 이름을 대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사람이지만, 본인이 알려지기 원치 않는다고 했다.
윤 실장은 “실제 표로 얼마나 연결됐는지 측정할 수는 없다. 광고 노출 대비 클릭률(CTR)이 10%가 넘었고,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선거 기간 3~5배 증가했다. 광고가 실린 인터넷 사이트(다음) 쪽도 놀랐다”고 말했다. 인터넷 프로토콜(IP)을 기준으로 방문자 수가 한 달 평균 4만 명 정도였는데 광고 이후 12만 명이 넘었다.
현실 정치판에서는 소수당이지만, 인터넷 영역에서는 거대 정당들을 앞지른 것이다. 부족한 ‘실탄’(사람과 돈)을 전략으로 메웠다고 윤 실장은 설명했다. 누리꾼들이 스쳐지나가는 곳이 아닌 머무는 길목을 잘 지켰고, 주요 공략 대상인 20대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았다는 것이다. 베일에 가려 있는 감독의 감각과 입당하기 전까지 인터넷 관련 기업에 근무했던 윤 실장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사실 당내에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습니다. 억대의 돈이 들어가는 인터넷 광고가 필요한가, 정책이나 인물이 아닌 정당 이미지 광고가 적절한가, 눈길을 끌기 위해 너무 감각적이지 않았나, 내용은 적절했는가…. 적어도 이런 고민들이 성과로 남지 않겠어요? 2006년 대선 때는 좀더 나은 작품이 나오겠지요.” 그의 고민은 2006년 대선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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