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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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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Mr. 김정일에게 보내는 프로포즈

등록 2006-06-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2006년 6월9일 오늘에도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역시 예민한 문제다. 불과 한 달 전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발언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형을 받았던 것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친북좌파와 수구꼴통이란 적의에 찬 표현은 남한 내 북한에 대한 시선의 날선 대립을 잘 보여준다.

강 교수 판결이 난 다음날 북한 관련 책 한 권이 나왔다. <mr.>. 문화방송에서 17년째 를 진행하면서 북한전문기자로 활동하는 김현경(42) 기자가 내놓은 통일 안내서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일러 ‘Mr’라고 호칭한 것과 ‘차 한 잔’이란 소통의 형식을 빌린 제목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란 조금은 딱딱한 틀의 프로그램을 통한 북한 보여주기와 달리 그의 전문성과 에세이의 결합은 통일 이야기를 한결 부드럽게 보여준다. 그는 책의 여는 글에서 “태산같이 무거운 우리의 전쟁과 평화, 분단과 화해의 이야기를 내 일상의 이야기처럼 가볍게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가볍게 얘기하고 싶다지만 그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얘기”라는 점이다. 동두천 물난리, 오징어떼, 꽃게, 주식시장, 비무장지대 산불 등 남쪽과 북쪽이 남이 아니라 운명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일상 곳곳에서 찾아 전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각은 남과 북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다. 갈라진 남북의 모순도 예리하게 집어낸다.
그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혹 그의 이름이 낯설다 하더라도 그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비인기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20여 년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의 얼굴은 이제 프로그램의 상징이 됐다. 그는 국내에서 손에 꼽을 만한 ‘북한통’ 기자다. 북한전문기자로서 그의 꿈은 Mr. 김정일과 차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게 아니라 단독 인터뷰다.
그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는 물음에, “아는 게 시작”이라고 말한다. 자, 그럼 이제 그의 통일 안내서를 들고 편안하게 한번 북한과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까요?</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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