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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 여수사관, 대검 중수부 누빈다

등록 2006-06-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태규 기자/ 한겨레 법조팀
dokbul@hani.co.kr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첫 여성 수사관이 탄생했다. 검찰 안의 대표적인 여성 특수통으로 꼽히는 박민자(36) 계장이다.
1991년 검찰 공무원이 된 그가 ‘금녀의 지대’에 들어선 것은 지난 2000년 1월이다. 남성 위주의 강력·특별 수사 파트에 여성수사관도 참여시키자는 법무부 방침에 따라 인천지검 민원실에 근무하던 그가 강력부로 배치된 것이다. 조폭·마약·도박 범죄를 척결하는 강력부에서 그는 주부도박단을 잡기 위해 도박장을 급습하는가 하면, 동료 수사관과 연인으로 위장해 조직폭력배의 동태를 살피는 탐문·잠복도 해보았다. 거친 현장에서 ‘날것 그대로’의 수사실무를 익힌 것이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03년 7월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파견돼 ‘굿모닝시티 사건’과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 수사에 투입됐다.
당시 그의 상관이었던 어느 검사의 이야기. “수사인력을 파견받는데 여자 계장이 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죠. 그런데 시켜보니까 정말 잘하더라고요.”
그와 오랫동안 함께 일한 또 다른 검사는 “남자 수사관에게 대여섯 가지 일을 시키면 한두 가지는 펑크를 내는데, 박 계장은 하나도 빠뜨리는 일이 없었다”며 “계좌추적이나 회계분석, 통신기록 분석 등 특별수사를 하면서 필요한 작업을 빨리 습득했고 일도 깔끔하게 처리했다”고 평가했다. 치밀함이 필요한 특별수사에서 여성적인 섬세함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관 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결혼도 하고 애도 있으니까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신랑이 제일 많이 도와준다”며 이내 남편 자랑을 한다. 박 계장의 남편도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검찰 수사관이다. 그는 “특수부에서 굿모닝 사건 수사할 때 몇 달 동안 남자 직원들과 똑같이 야근했는데 신랑이 많이 참아주고 이해해줬다”며 고마워했다.

마지막으로 박 계장에게 포부를 물었다. “소박하게 살고 싶다”며 말을 아끼다가 금세 일 욕심을 나타낸다.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베테랑 수사관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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