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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란] 꽃의 눈물 <이프>여 안녕

등록 2006-04-12 00:00 수정 2020-05-02 04:24

하어영 한겨레 탐사보도팀 기자

“저는 빼고 만 9년 동안 할 일 열심히 하고 완간되는 <이프>를 부각해주세요.” 최근 완간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마지막 편집장 제미란(43)씨. 폐간이 아니라 ‘완간’이라는 표현에서, 폐경이 아닌 ‘완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제씨는 창간 이후 <이프>(www.iftopia.com)의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이번 호에선 특별히 편집장으로 선임됐다.

“이프는 내 인생이었다. 내 인생의 ‘여름이자 꽃’이었다. ‘꽃의 눈물’이었다”는 말은 그가 <이프>에 보낸 헌사 중 극히 일부다. 그 각별함 때문이었을까. 완간호 편집장 자리라는 부담에 대해 묻자 “지금까지 고생한 동료들이 ‘너도 한번 물먹어봐라’ 한 것 같다. 전임 편집장들이 섹션을 나눠 맡고 나는 관계를 조율하는 정도였다. 그저 보은의 차원이다”라고 답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이프>는 ‘보통의 삶’이 주는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 놀이터였다. 주부들의 울화 섞인 수다가 사회적 욕망이 되고 정치적 언어가 될 수 있는 곳, 거기서 나는 내 존재를 보았다. <이프>의 완간은 나의 지난 10년에 대한 해원굿이기도 하다.”

창간 이후 10년 동안 제씨가 항상 <이프>와 함께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2002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현재는 <이프> 일 이외에도 미술 치유에 관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 시절 대인공포로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 우연한 기회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는 “미술이 가진 치유력을 이야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래에 대한 포부에는 아들 둘에 대한 바람도 있다. “집안에서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제씨는 <이프>가 완간되자마자 다시 복간을 꿈꾼다. 그래서일까. “완간호는 꼭 꼼꼼히 봐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완간호에 담긴 글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육필(肉筆)”이란다. 잡지로는 완간이나 “웃자! 놀자! 뒤집자!”의 정신은 여전하다. 그래서 제씨와 <이프> 식구들은 계속 떠들썩하다. “6월2일, 홍대로 오시라. 안티페스티벌 ‘성, 벽을 넘어서’를 통해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넘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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