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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권] 아프가니스탄, 콩으로 구한다

등록 2006-04-12 00:00 수정 2020-05-02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아이들 5명 중 1명이 5살도 안 돼 설사와 폐질환으로 세상을 뜨고, 평균 16살에 결혼하는 여성 6명 중 1명이 출산 도중 사망하는 나라. 지난 2002년 아프가니스탄을 처음 방문한 스티브 권(57·한국 이름 권순영) 박사는 “아이들이 웅덩이 물을 그냥 마시고, 부르카를 쓴 여인들이 햇빛을 못 봐 비타민 부족으로 약해진 뼈 통증을 없애려고 진통제를 밥처럼 먹는 걸 보고” 굶주림을 타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듬해 호주머니를 털어 캘리포니아에 비영리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을 설립했다.

네슬레 USA의 의료식품 개발담당 이사로 일하는 그는 의료식품 공학자답게 아프가니스탄의 영양 결핍은 ‘콩’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난(naan·아프가니스탄 빵)과 차로 연명하는 이들에게 콩은 단백질과 섬유질 같은 영양소를 제공하고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작물이었다.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콩이 재배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틈만 나면 휴가를 내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달려가 영양학 워크숍을 열고 아프가니스탄 정부 지도자들을 설득했다. 정성에 감동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마침내 30에이커의 땅을 99년간 무상으로 빌려주었다. 5개 이상의 콩 종자를 가져가서 수차례 시험재배에 나선 끝에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남은 종자를 결국 찾아냈다. 2004년에 아프가니스탄 1개 주에서 5에이커의 콩 시험재배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2005년에는 12개 주에 콩을 심었다. 올해는 아프가니스탄 32개 주 전역에서 시험재배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이제 카불에서 ‘콩 박사’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지난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식품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3월30일 한국에 온 그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콩이 생명이자 희망이다”고 말했다. ‘희망의 콩’ 프로젝트가 더욱 확산되면 아편으로 얼룩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양귀비밭을 갈아엎고 콩밭으로 바꾸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NEI 한국지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수확한 콩을 활용할 두유 가공공장을 세우는 문제도 남아 있고, 농기계 조달도 고민이다. “아프가니스탄 콩 혁명에 올해만 15만달러 정도가 더 투자돼야 하는데, 관심과 도움이 절실합니다.”(후원 문의 02-316-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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