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진환 기자 한겨레 정책금융팀 soulfat@hani.co.kr
이 사람을 보는 순간, 신문사 입사 첫날 “<한겨레> 평양지국의 첫 지국장이 되겠다”던 한 동기의 당찬 포부가 떠올랐다.
그 친구의 꿈은 여전히 아득하지만, 금융권에서 일하는 그에게는 현재진행형이다. 주인공은 김기홍(51)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 지점장. 그는 남북 상생 모델의 첫 ‘물꼬’를 트게 될 개성공단 유일의 은행지점장이다.
김 지점장을 서울에서 만난 시간은 3월10일 오후 4시, “개성에서 오후 2시에 출발했다”고 했다. 그야말로 ‘광주’보다 더 가까운 거리지만, 김 지점장의 신분은 ‘해외지점장’이다. 격오지로 분류돼 ‘오지 수당’도 받는다. 공단 안에서는 달러를 쓰고, 공단 관리위원회에서 내준 숙소에서 잔다. 밥도 매일 같은 식당에서 한 끼에 4달러를 주고 먹는다. 지점 업무도 아직은 ‘절름발이’다. 1960년대 우리 은행들처럼 전화로 입출금·환전 등의 업무를 하고, 예금을 운용할 곳이 없어 0%의 이자율로 단순하게 보관만 해준다.
하지만 그는 멀리 본다. “예정대로 100만 평에 모든 기업들이 입주하고 전용망이 개통돼 자금 운용과 온라인 거래가 가능해지면 개성공단지점은 본사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해외지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북협력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며, 금융 교류의 주춧돌을 놓고 있다”는 자부심도 감추지 않았다. 2명의 북한 여직원에 대해 “개성고려경제전문학교 출신의 엘리트들인데, 업무 처리가 빈틈없고 배우겠다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매주 금요일 서울로 돌아오면 아버님께 북한 소식을 들려드려요. 부모님 고향이 평안북도 정주거든요. 평안도 사투리에 익숙했어요. 개성지점장 간다고 하니 아버님이 무척 좋아하셨죠.”
김 지점장에게는 지점을 떠나기 전 꼭 이뤄놓고 싶은 일이 있다. “돈을 달러로 바꿔 쓰기 때문에 동전이 부족해요. 식당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고객이 잔돈을 제대로 못 받죠. 떠나기 전에 충전식 카드 같은 전자화폐 시스템을 깔아 선진 금융도 도입하고, 고객이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죠.” 남북 교류의 최전선에서 일하지만, 그는 별수 없이 타고난 은행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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