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한상록(50) ‘고양 풍동 택지개발지구 원주민 특별공급아파트 대책위원장’은 “남들은 모두 ‘달걀로 바위를 치는 행동’이라며 비웃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택지개발사업이 이뤄지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가질 만도 하다. 투쟁 과정에서 사람들은 전과자가 되고, 오산 수청동 세교택지개발예정지구 주민들처럼 ‘살인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물러설 순 없더라고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공의 모습에 질려버렸거든요.”
한씨가 고양 풍동으로 흘러든 것은 14년 전인 1992년이었다. 마을은 1970년대 도시개발 과정에서 집을 잃고 쫓겨난 철거민들이 세운 가난한 동네였다. “집이 낡아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다가 IMF 위기로 중단됐습니다. 1999년이 되니까 주공이 나서 택지개발을 한다는 말이 들려오더라고요.”
주민들은 공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이니 믿을 만하다고 안심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상식’과 주공의 보상 기준은 맞지 않았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을 주고 땅을 떼어간 뒤 아파트 분양권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분양권이 일반 분양을 받는 사람들과 같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사는 권리더라고요. 여긴 미달된 지역입니다. 그게 권리입니까?”
결국 소송이 진행됐다. 2년 남짓의 법정 다툼 끝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주민들의 승리였다. 의정부 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지난 1월18일 “이주 대책으로 분양권만 부여하고 분양대금을 일반 아파트와 똑같이 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주민들은 아파트 건설원가만 내고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된다.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은 모두 101명, 한 가구당 1억5천만원에 가까운 혜택을 받게 됐다. 자그마치 150억원짜리 소송에서 이긴 셈이다. 대부분의 중앙지들은 판결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경기 지역 지방지들은 ‘원주민 내쫓는 택지개발에 경종을 울렸다’(<경인일보> 1월25일치 4면 사설)며 판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판례로 굳어지면 주공의 추가 부담은 앞으로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주공은 2월17일 항소를 결정했고, 한씨와 주민들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자리한 주공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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