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이안] 오나라 오나라, 광대수업!

등록 2006-02-1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우리 시대의 ‘광대’가 되고 싶다”는 국악 퓨전가수 이안(26)씨의 활약상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2004년 6월 한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이달의 신인’으로 뽑히기 전에도 유명세를 탔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로 국민들의 귀를 사로잡은 게 바로 그였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 20여 개국을 순회하며 국악 길거리 공연한 내용을 담은 4부작 다큐멘터리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2003년 8월 방영)에 등장한 그를 떠올릴 수도 있다.

요즘 그의 행로는 광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달 초부터 한국방송 <파워 인터뷰>에 아티스트 낸시랭의 뒤를 잇는 고정 패널로 등장해 말솜씨를 뽐내고 있고, 지난 2월1일에는 창작 뮤지컬 <천상시계>(2월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동안 무대를 즐기는 체질이라 생각했는데 ‘떨림’이 뼛속까지 파고들더라고요. 기껏해야 3, 4분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과 3시간여에 걸쳐 무대 안팎에서 배우와 스태프의 몫을 하는 것은 크게 달랐어요.”

아직은 뮤지컬 배우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는 그이지만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가 연기의 맛을 알게 한 연출가 방은미씨는 그에게 “노래하는 마네킹이 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연기의 ‘연’자도 모르면서 연기 수업을 받은 지 3개월여 만에 장영실의 여인 예성으로 10대에서 30대까지를 표현하게 됐다. 그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예성이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예성으로 관객에 다가서는 게 못내 아쉽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광대 수업은 이제부터인지도 모른다.

“제 연기는 모자랄지라도 <천상시계>는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로 손색이 없어요.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극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이었죠. 명나라에 맞서 조선을 지키려 했던 인간 장영실을 만난 게 무엇보다 기뻐요.” 스스로 지은 좌우명 ‘보폭경세’(‘보다 폭넓은 경험의 세계로’의 줄임말)처럼 그가 만나는 세상은 갈수록 넓어질 듯하다. 1집 타이틀곡 <물고기자리> 중국어 버전을 녹음했고, 3월에는 통일을 새긴 <하나 아리랑>이 포함된 3집 음반도 나온다. 지금 그는 ‘예술’은 통한다고 믿으며 광대로 거듭나고 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