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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아니, 오므라이스만 있어?

등록 2006-01-11 00:00 수정 2020-05-02 04:24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오므라이스가 부활했다. ‘오므토토마토’의 김우영(33)씨. 볶은 밥에 달걀 프라이 한 장 얹은 뒤 케첩을 뿌린 ‘중국집표’ 오므라이스에 도전장을 내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서울에 오므라이스 체인점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젠 동네에도 오므라이스 가게가 진입했다.

“크림소스 만드는 데 석 달이 걸렸어요. 소스를 우려내는 데 필요한 육수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인데, 보통 스파게티에 들어가는 크림소스는 밥에 비벼먹기엔 너무 진했죠.”

토마토 계열의 케첩 맛의 소스로는 차별화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파게티에 많이 쓰이는 크림소스를 오므라이스에 응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크림소스는 너무 느끼했다. 콩나물이나 조개로 국물을 내봤지만, 주재료인 생크림과 우유의 느끼한 맛을 이기긴 힘들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게 무. 무는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맛을 선사해줬다.

그 다음 문제는 밥이었다. 너무 차져도 안 되고, 기름도 적당히 달라붙어야 했다. “이천쌀, 여주쌀… 안 지어본 밥이 없었죠. 여주쌀이 가장 적당했어요. 정말 피와 눈물로 만든 오므라이스랍니다.”

김씨는 서울 리버사이드 호텔, 독산동 노보텔 등에서 주방장 생활을 하다가 2001년 외식업체인 (주)아모재에 들어왔다. 2003년부터 오므라이스 개발에 들어가 크림소스와 토마토·어니언 소스를 만드는 데 성공해, 2004년 2월 서울 코엑스의 오므토토마토 1호점에서 그의 손맛을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그는 지금 본사 메뉴계획팀장으로 일하며 1년 내내 오므라이스를 만들고 있다. 칠리새우·게살크림·치즈퐁듀·안심조림·오리엔탈 오므라이스 등 그의 손에서 40여 가지의 오므라이스가 창조됐다. 반년 동안 오므라이스 5개를 개발하고, 가장 적게 팔린 오므라이스 5가지는 퇴출시킨다.

“오므라이스는 원래 19세기에 일본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일본 사람들이 서양의 달걀 요리인 오믈렛에 밥을 넣어 현지화한 거죠. 나의 다음 목표는 한국식 오므라이스입니다.”

사실 오므라이스는 가정에서 인기리에 조리되고 있는 음식이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대충 비빈 ‘달걀 볶음밥’이 바로 한국식 오므라이스 아니던가. 그동안 음식점에선 별 대접을 못 받았지만, 현대인의 ‘민속 음식’으로 면면이 이어져왔던 셈이다.

그는 지금 한국식 오므라이스 창조를 위해 매콤한 맛을 내는 소스를 개발 중이다. 청양고추 등 각종 매운 맛을 내는 야채를 냄비에 넣고 끓이고 있다. 올 2월엔 휴가를 내어 동남아시아를 돌며 매콤한 맛의 향료도 모아올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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