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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우] 마침내 시골에 살으리랏다

등록 2006-01-11 00:00 수정 2020-05-02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서울 토박이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왠지 시골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상춘곡’이니, ‘남으로 창을 내겠소’ ‘청산에 살으리랏다’ 같은 전원풍 문학작품에 끌렸어요.”

올해 국립 한국농업전문학교(한농전) 2학년에 올라가는 최종우(33)씨가 시골에 터전을 잡는 꿈을 이룰 날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내년까지 3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경기 가평에서 5천 평의 밭농사를 짓고 있는 외숙부와 합류하기로 예약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숙부와 힘을 모아 인삼 농사를 지을 계획으로 특용작물에 대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농업관광을 앞장서 이끌 꿈도 갖고 있다. 올해 2월부터 10개월 동안 일본 홋카이도 국제농업교류협회(www.hiaa.or.jp)에서 농업관광사업 교육을 받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농전의 해외연수 기회는 2학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다.

그는 꿈에 그리던 시골 정착을 눈앞에 두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운전병으로 군대를 마친 뒤 중앙대 회계학과에 진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문예창작과로 옮겼고,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학교 졸업 뒤 잡지사나 출판사에 취직하려던 뜻을 이루지 못한 뒤엔 중장비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동차 정비나 굴착기 운전 같은 자격증을 따면 쉽게 취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막상 자격증을 따놓고서도 농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한농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학업과 함께 농업 관련 기술을 꾸준히 익혀 농기계 정비·운전 기능사, 지게차 운전 기능사 등 지금까지 딴 자격증은 모두 17~18개에 이른다. 식물보호·종자 기사, 농림토양 평가관리기사 시험도 준비 중이다. 농사지을 터전을 착실히 다져놓은 셈이다.

그는 “결혼을 서두를 생각은 없고, 안 해도 상관없다”며 웃었다. “부모님께선 걱정은 해도 (농사지으려는 걸) 크게 반대하시지는 않아요.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아버지는 생업 전선에서 물러앉은 터여서 농촌에 정착하는 게 (두 분한테도) 오히려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씨는 “쌀시장이 개방되는데다 저 같은 경우 농업 기반을 갖추지 못해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주말농장 운영이나 관광농업, 특용작물을 통해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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