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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미] 팔레스타인과 뜨게질의 까페생협

등록 2006-01-12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서울 홍익대 앞 카페 골목에는 ‘놀이생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있다. ‘아게하’(www.theAGEHA.com)라는 이름의 카페가 그곳이다. 유기농산물 직거래, 병원, 놀이방, 자동차 정비소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생활협동조합이 이제는 카페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공유’하는 놀이생협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셈이다.

장윤미(26)씨는 아게하의 책임간사다. 카페에 웬 ‘간사’라는 직책이 있을까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이 공간의 역사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 아게하는 지난해 4월 문을 열 때만해도 분쟁지역의 평화활동을 돕는 공간이었다. 카페인 동시에 평화운동 공간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이곳에서는 ‘프리버마’(Free Burma)의 밤, 인도 사진전, 이라크 평화 행사, 아시아 활동가 교류의 밤 등이 열렸다. 그러던 중 애초 이 공간을 구상했던 평화·인권·여성운동 활동가 몇 명이 지난해 12월 초 모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뜻으로 생협 형식의 운영을 결정한 것이다.

생협의 취지에 맞게 아게하는 조합원의 직접 참여로 운영된다. 기본적인 운영비는 조합원 110여 명이 내는 조합비(한 명당 한 달에 1만원)로 충당된다. 조합원들은 조합비를 내는 대신 이곳에 오면 훨씬 싼값으로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비조합원에게 4천원 하는 커피가 조합원에게는 1500원 하는 식이다. 주방 일과 서빙도 ‘일일마담’ 10여 명 등 자원봉사자들이 도맡는다.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등 궂은 일도 조합원들의 몫이다. 일하면서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 있는 셈이다. 장씨는 “애초 이곳의 취지를 알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평범한 카페인 줄 알고 우연히 들어왔다가 분위기와 뜻이 좋다면서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행사와 이벤트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고, 뜨개모임이 이뤄지고, 체스 강좌가 열린다. 매주 수요일에는 한국 시민사회를 공부하러 온 일본인들과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주는 모임도 있다. 윤씨는 이런 방식의 공간 사용법에 대해 “자신의 콘텐츠를 서로에게 허물 없이 소개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아게하는 개성과 에너지, 실험정신이 넘치는 소통과 공유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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