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몇 년 전, 낯선 이가 집에 침입해 크게 놀라는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별 탈은 없었지만 안홍경(36)씨는 스스로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호신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자가 단시간에 상대방을 제압하려면 합기도를 배우는 게 좋다는 말들을 많이 하셨는데, 마침 친한 상사분이 진식태극권을 하고 계셔서 그분의 소개로 중국 무술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별다른 장비도 필요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무료이기도 해 운동신경이 둔한 그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무협지 한 권 읽지 않는 이가 지난 일요일에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악당 근처 공터에 나가 동호인들과 함께 수련을 한 이유다.
실용적인 목적을 좇아 반신반의 처음으로 도장에 발을 디뎠을 땐, 검·도·봉이나 노사들의 사진조차 낯설었지만 그는 수련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품격을 느끼며 태극권에 매료됐다. 이후 관심은 다른 문파로 옮겨져, 2002년엔 월드컵을 맞아 내한한 오씨개문 팔극권의 장문 오련지 노사를 만나 팔극권의 기개에 반해 한동안 멍이 들도록 팔극권을 수련하기도 했다. “중국 내엔 2천여 개의 무술이 있다고 해요. 태극권과 팔극권은 중국 8대 문파에 속합니다. 태극권이 내가권이라면 팔극권은 외가권을 대표하죠.” 무(武)는 문(文)을 낳으니 중국어 공부는 그의 또 다른 재미다. 관심의 파문이 넓게 펴져가고 있다.
심신 단련이 주는 자신감은 직장생활도 활기차게 만든다. 그는 삼성네트웍스 전자그룹사업1팀에서 일하고 있다. “제조업 고객사를 상대하는 빡빡한 정보기술(IT) 영업을 여자 혼자서 한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지만, 만 4년째 하는 이 일이 잘 맞습니다.” 적극적으로 사내 봉사모임 ‘행복한 나눔’의 리더를 맡고 있기도 하다. 2004년 봄부터 한 달에 두 번 서울 포이동 강남보육원에 방문해 초등부 아이들과 근처 목욕탕에 가는 ‘목욕봉사’를 한다. “살갗을 부비며 정을 나누는 셈이죠. 물장구 치는 아이를 데려다가 볼기짝 두드리면서 때를 밀어주고, ‘쟤처럼 해달라’며 샘내는 아이에게 로션을 발라주죠.” 12월17일엔 보육원의 식사 초대가 있었다. 1년 중 가장 큰 축제인 ‘조이풀’(joyful) 행사로 자원봉사자가 모두 모여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다. 그는 아이들의 공연에 큰 박수를 보내며 돈독해진 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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