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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팔 고드세] 간디 암살, 부끄럽지 않다?

등록 2005-1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델리=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인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를 암살한 극우 힌두조직의 마지막 생존자인 고팔 고드세(86)가 지난 11월26일 사망했다. 그는 1948년 1월30일, 자신의 친형인 나트람 고드세가 간디를 암살할 당시 함께 있었으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간디 암살로 나트람 고드세와 그의 친구가 사형을 당했고 그와 다른 네 사람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고팔 고드세는 16년을 복역한 뒤 1964년 석방되었다.

출감 뒤 몇 차례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간디의 암살에 관여한 것을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의 행위가 오직 조국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역설했다. 간디가 입으로는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누어 독립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실제로는 파키스탄의 탄생을 기뻐했다며, 사실상 간디는 ‘파키스탄의 아버지’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간디의 ‘비폭력주의’도 사실은 무슬림들이 힌두들을 살육하도록 하는 음모의 일부라며 간디를 “인도에서 힌두들에게 가장 잔인했던 사람”으로 묘사했다. 간디를 살려두면 점점 더 힌두에게 해를 끼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비록 자신과 친형, 그리고 친구들이 목숨을 잃을 것을 확신하면서도 그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간디가 사망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인 “오, 람(힌두신)이여” 역시 성인을 숭배하기 좋아하는 인도 민중들을 이용하기 위해 당시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며 간디는 사망할 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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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망할 때까지 형의 유해를 집 안에 모셔두고 있었다. 형 나트람 고드세는 사형 집행 이틀 전에 그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유해를 파키스탄의 신두강에 뿌려달라고 말했다. 나트람에 따르면, 간디의 유해는 세계의 거의 모든 강에 뿌려졌지만 파키스탄 정부가 거절함에 따라 파키스탄의 신두강에는 뿌려지지 못했다. 때문에 자신의 유해가 간디의 그것과 섞여 더러워지지 않는 유일한 강은 파키스탄의 신두강이라는 것이다. 고팔 고드세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다시 통일되는 날, 엄밀히 말하면 인도의 힌두들이 다시 파키스탄 땅을 되찾는 날 형의 유해를 신두강에 뿌리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해왔다. 결국 그는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날 간디는 대부분의 인도인들에게 ‘국가의 아버지’로 숭배되고 있지만 나트람 고드세를 기리는 한 웹사이트는 그를 ‘국가의 파멸자’로 칭하고 있어 고드세의 후예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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