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굴뚝에서 아침 연기가 피어오르면 어머니는 어린 내 손을 잡고 이웃집 부엌에 들어가 밥을 얻어 부뚜막 한 귀퉁이에 앉아 내 입에 넣어줬습니다. 며칠씩 밥을 먹지 못할 때는 난 힘없이 길가에 눕습니다. ‘엄마,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엄마는 눈물만 뚝뚝 흘립니다.”
오정숙(50)씨는 12월11일 논산훈련소에서 3천 명의 젊은 훈련병 앞에서 자신의 굶주린 유년기를 풀어냈다. 배고픔을 모르고 자랐을 새파란 젊음들 앞에서 그의 쓰린 경험은 어떻게 다가올까. 오씨는 말을 잇는다. “지금도 지구상에서 굶어죽는 아이가 하루 3만 명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간단합니다. 먹을 만큼만 담아 바닥까지 깨끗이 닦아 먹는 것입니다. 그 아이들을 살리는 길입니다.”
오씨는 ‘밥그릇 닦아 먹기’ 운동을 전파하는 전문 강사다. 사단법인 에코붓다에서 주도하는 ‘음식 남기지 않기 100만인 캠페인’ 강사로 자원해 전국 군부대와 초·중·고등학교를 누비며 호소한다. 그에게 이제 굶주리는 일은 없다. 그러나 우리 주변 어두운 곳, 아프리카·인도·동남아시아 등에서는 아직도 배곯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어릴 때의 아픈 기억은 잊고 살려 했습니다. 그런데 인도에 갔다가 불가촉천민들이 먹을 게 없어 하수구에 손을 넣어 버려진 음식 찌꺼기를 걸러먹는 것을 보고 엄마 손에 이끌린 나에게 먹을 것을 나눠준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 고마움을 세상에 돌려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초등학교도 15일밖에 다니지 못한 그가 방방곡곡을 돌며 “밥그릇을 닦아 먹으면 굶주려 죽는 아이를 살릴 수 있다”고 역설하는 이유다.
에코붓다의 밥그릇 닦아 먹기 약속에 참여한 사람이 벌써 100만 명. 서울지역 1700여 개 초·중·고등학교의 18%에 해당하는 400여 개 학교가 동참했다. 전방의 한 군부대는 오씨 등의 호소로 버려지는 음식량을 65.6%나 줄였고, 간부들의 밥그릇 약속 서약금(개인당 1천원)과 음식을 남긴 사람들이 낸 작은 벌금(150원)을 모아 인도의 굶는 어린이를 돕는 선행을 베풀기도 했다. 불러주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곧장 달려가겠다는 그의 목표는 하나다.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만 15조원어치, 지하철 노선 7개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막대한 액수예요. 그걸 아끼면 아이들도 살고 환경도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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