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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김재연] 우리 안 잡아가나요?

등록 2005-12-09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최김재연(31·사진)·김해근(30)씨 부부는 출산을 앞둔 2004년 1월 ‘나체놀이’를 감행했다. 아내의 바람에 남편이 응한 셈이었는데, 최김재연씨가 나체 사진을 찍고 싶었던 이유는 “부푼 몸뚱이가 징그럽고 신기하고 신비해서”였다.

“전라 모델이 패션쇼 피날레를 장식하는 영화 <프레타 포르테>처럼 보통 누드는 여배우의 잘 빠진 곡선으로만 인식되잖아요. 징그러운 제 몸은 ‘누드’로 여겨지지도 않죠.” 20kg 불면서 배와 허벅지가 터지고 갈라지는 ‘몸’의 변화는 흔치 않은 체험이기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신체 변화가 급격했어요. 처음엔 시댁에 가서 일 안 해도 되는 게 신기했죠. 나중엔 당연한 거라 여겼지만. (웃음) 몸이 너무 힘들어 ‘둘의 자식인데 왜 나만 고생하나’ 싶어 서럽고 짜증만 나더군요.” 24시간 행복한 산모는 광고 속에만 살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신기했던 건 뱃속의 에일리언이 꿈틀거리는 거예요. 아이와 노는 기분, 정말 좋았습니다.” 사진이 있으면 캥거루 엄마 시절을 평생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가인 지인 박해욱씨의 도움으로 4시간 동안 놀이를 진행했다. “어색한 건 벗을 때뿐이었답니다.”

1년이 지난 올 초에야 게으른 작가에게서 흑백사진 10장을 넘겨받았다. 최김재연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 몇 장을 올렸는데, 9월경 한 블로거가 싸이월드의 ‘김인규 사건 대법원 판결에 웃음이 나와 만든 클럽’ 게시판에 ‘펌’을 한 게 인연이 되어 클럽 폐쇄 뒤 기획된 오프라인 전시회에 참여하게 됐다. 무료 촬영의 대가로 필름과 저작권을 소유한 박 작가에게 부랴부랴 연락을 했고, 사진은 11월18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홍익대 앞 갤러리 ‘꽃’에 전시됐다.

물론 그도 이미 몇 년 전 김인규씨 부부의 알몸 사진을 봤다. “참 무표정한 사진이었어요. ‘셋째를 임신하면 여자 몸은 이렇게 망가지나’ 싶었죠. 음란물을 판 것도 아니고 자기 표현을 한 건데 일반인에게 판단을 맡기지 않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음란하다고 판단해도 될까요. 창작 활동으로 자유분방함을 느끼려는 사람들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합니다.” 그는 “왜 우린 안 잡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부부들도 큰 형식 차릴 것 없이 사진 찍기를 즐겨보라”고 권한다. 2004년 2월 태어난 이안이는 ‘할아버지’를 “버찌”라고 부르며 쑥쑥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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