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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아십니까?

등록 2005-10-27 00:00 수정 2020-05-02 04:24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이용우(36)씨. 그는 병과 싸우며 사회와 싸운다.

이씨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우회장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뼈를 깎는 듯한 근육통이 불시에 찾아오는 병이다. 주로 교통사고나 산재사고, 수술 뒤 갑자기 발병해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30분에서 1시간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고통을 겪는다. 이씨 또한 자신의 병을 몰라 수십 곳의 대학병원을 헤매다가 서울대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질병이자 장애예요. 그런데도 사회나 의료계의 인식 수준은 저열한 형편이죠. 법정 장애로 인정되지 않고 군 신체검사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요.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 ‘법정 장애’로 인정해달라고 진정을 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에요.”

그는 2002년 환우회를 만들어 ‘병 알리기’에 주력했다. 덕분에 이 병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일부 치료기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아직은 싸움을 멈춰야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난치성 질환에 장애등급을 내주지 않는 보건복지부, 고통을 호소하는데 군대로 ‘끌어가는’ 국방부, 그리고 교통사고 뒤에 찾아온 불시의 통증을 ‘꾀병’으로 치부하는 보험회사가 싸움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장애등급 판정을 내주지 않아요. 아직까지 부러지고 잘려야만 장애라는 인식이 크죠. 그래서 2002년엔 직접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 가서 미국의학협회(AMA)로부터 장애인 판정을 받아왔어요.”

군대 안에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환자가 아픔을 호소하면 ‘군기 빠졌다’며 얼차려가 돌아온다. 군 입영 신체검사 때도 의사들이 이 병의 증상을 잘 몰라 중증인데도 현역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정부조차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척박하니, 일반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아파트에 장애인 주차구역을 그리려고 해도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환자,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을 모르는 거죠.”

그는 최근 ‘환자와 가족을 위한 자료집’을 펴냈다. 11월11일에는 서울대 분당병원에서 환자와 가족을 위한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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