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카이도=글· 사진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무대 위에서 가죽바지를 입고 기타를 치는 모습이 마치 키 큰 김광석 같은 청년의사 겐모치 요시유키(30). 그가 선 무대는 ‘민의련 청년 잼보리’. 그는 재작년에 이어 홋카이도에서 전일본 민주의료기관연합회가 연 대회의 실행위원장이다. 민의련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병원’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좋은 의료 혜택’을 평등하게 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그는 삿포로 출신이면서 오키나와 국립류큐대학에서 열대의학을 전공한 괴짜다. “중학교 때 TV를 통해 ‘국경 없는 의사회’를 알게 됐죠.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국경을 넘어 현장으로 달려가 의료활동을 벌이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열대 오지의 사람들을 찾아가 치료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그는 북단 홋카이도에서 남단 오키나와로 날아가 열대의학을 전공하게 된다. 그런데 왜 다시 홋카이도로 돌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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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건 4학년 겨울방학. 민의련의 도베쓰진료소 실습에 참가했을 때다. 의사들은 쌓인 눈을 치워낼 힘도 없고 연금으로 빠듯하게 생활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지역의 노인들을 위해 눈을 헤쳐가며 왕진을 감행했다. 겐모치가 ‘국경 없는 의사회’를 봤을 때와 같은 감동이었다. 그는 졸업 뒤 귀향해 민의련 소속 ‘근로자의료협회 중앙병원’에서 2년 연수를 거치고, 현재 삿포로에서도 기차로 5시간 남짓 떨어진 구시로의 병원에서 호흡기 전공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청년 잼보리에 초청된 한국의 녹색병원 청년 직원들에게 홋카이도 아이누족의 말로 허물 없이 이야기하자는 뜻의 ‘차랑케’를 제안했다. 역사적으로 50년 선배인 민의련은 한국의 녹색병원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병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을 나누고 싶어한다. 겐모치는 대회기간 중 한국 참가자들에게 한마디라도 더 ‘한국어로 말걸기’를 실천하기 위해, 남들이 자는 시간이나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도 줄곧 사전과 회화책을 뒤적였다. 폐막식에서는 대회 주제곡인 <옐>(YELL)을 연주했다. “아무리 작은 꽃봉오리라도 겨울을 이겨내 꽃을 피우듯, 네가 지금까지 걸어온 이 길 틀림없으니, 이 봄엔 네가 큰 꽃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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