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지금부터 96년 전 중국 하얼빈역에서 울린 4발의 총성은 민족 기상을 드높였다. 항일 영웅 안중근 의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민족혼을 현재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빛을 보지 못했다. 개그맨 서세원씨가 만든 영화 <도마 안중근>도 관객을 자극하지 못했다.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의 젊은 시절이 뮤지컬로 되살아나고, 윤봉길 의사가 역사 마당극 무대에 올라도 안 의사에게 다가서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안타까웠던 민족화합운동연합 청년위원장 김곤(38)씨가 ‘안중근 오페라 기획단장’을 맡아 기념비적인 작품을 내놓으려고 한다. 우연히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에서 악보 하나를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안 의사 오페라 악보였는데 중국인이 작곡한 것이라 중국 경극의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의거 100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제대로 된 창작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요.”
다행히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오페라 만들기는 급물살을 탔다. 오페라 구상 3개월여 만인 지난 8월29일 박성원 연세대 교수, 서헌 우석대 교수, 여경미 세경대 겸임교수 등을 중심으로 기획단을 꾸렸다. 여기에서 광주 5·18 기념 오페라 <무등둥둥>을 작곡한 김선철(광주대 겸임교수)씨를 공식 작곡자로 선정했다. 이달 중으로 정태익(외교통상부 본부대사)씨 등 각계 30여명의 추진위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안중근 오페라 추진이 구체화되자 ‘욕심’을 부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성적 코드의 뮤지컬로 만들어 대중성을 확보하자는 얘기였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데도 10억원가량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뮤지컬은 오페라보다 서너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오페라를 만들고, 전문 제작사가 뮤지컬도 만들면 좋겠어요.”
그는 1990년대 후반 이탈리아 그람시연구재단 초빙연구원으로 로마에서 4년가량 지냈다. 당시 크고 작은 ‘오페라극장’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는데 지금은 더욱 간절하다. 안중근 오페라를 국내의 작은 도시에서까지 공연하고 싶기 때문이다. “올 연말까지 작곡을 마무리하고 내년 10월쯤 무대에 올릴 계획이에요. 제작비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후원을 기대하고 있어요. 오페라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국민모금도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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